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에 462만8099㎡(약 140만 평) 규모의 염전 시설을 구비한 태평염전이 미국의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은 지난 4월 태평염전 소금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됐다며 인도 보류 명령(WRO·Withhold Release Order)을 내린 바 있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노동을 착취한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이 문제가 됐다. WRO가 발동되면 해당 제품은 미국 도착 시 바로 압류된다.

14일 전남도청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태평염전은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하고 지난달 8일 미국 CBP 측에 WRO 철회 청원서를 제출했다. CBP는 제품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지 않았다는 것을 수입 업자가 입증하면 심사를 거쳐 수입을 다시 허용한다.

전남 신안군 태평염전./뉴스1

CBP는 태평염전에서 국제노동기구(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가 규정한 강제 노동 지표의 위반 사례를 확인했다며 WRO를 발동했다. 2022년 11월 장애우권익단체 등이 CBP에 WRO를 청원하고 약 2년 반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문제가 된 사안은 2021년 태평염전 일부를 임차한 사업자와 그 임차인이 고용한 근로자 사이에서 발생한 임금 체납 등 사건이다.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염전이다. 철회 청원서에는 문제가 됐던 사업자의 처벌 현황과 태평염전 임대·임차 사업 개념 등이 포함됐다.

백대용 세종 변호사는 "CBP의 인도 보류 명령은 근로자를 고용·관리한 개별 소금 제조 사업자(임차인)에게 내려져야 하고, 강제 노동과 무관한 태평염전(임대인)에 대한 인도 보류 명령은 철회돼야 한다"며 "이미 소금 제조 사업자의 계약을 해지했고 강제 노동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태평염전이 미국에 수출하는 천일염은 1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WRO가 다른 수산물로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회를 요청했다. 철회 청원서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발 방지 노력 등도 담겼다.

전남도는 사건 발생 이후 근로자를 고용한 염전에 전담 공무원을 배치했다. 이후 근로 여건과 인권 침해 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2022년부터 매년 염전 종사자의 근로 환경과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 염전은 시설 자동화가 이뤄져 근로자가 많이 줄었고 근로 강도도 매우 약해졌다고 한다.

태평염전은 CBP의 요청에 따라 외부 독립 기관의 감사를 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감사·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업은 개선된 숙소 등 편의 시설과 근로 환경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는 약 3개월간 진행되며 감사 후 CBP 측에 보고서가 전달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CBP에 충분히 소명해 조속히 수입 제한 조치가 해제되도록 해양수산부 등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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