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동업한 한화(000880)그룹과 DL(000210)그룹이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전남 여수국가산단에 있는 여천NCC에 대한 추가 지원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여천NCC 지원에는 동의했지만, 여천NCC가 경영난에 빠진 원인을 놓고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DL그룹은 워크아웃도 불사하겠다던 입장에서 선회해 여천NCC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여천NCC의 공급 가격을 문제 삼았다. DL 측은 여천NCC에서 생산된 에틸렌의 약 70%를 가져갔던 한화가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DL은 "DL은 여천NCC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으로 에틸렌을 거래했으나,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를 보더라도 한화에만 유리한 조건을 고집했다. DL은 여천NCC의 자생력 강화와 상생 차원에서 여천NCC의 손익이 개선되도록 가격 하한 설정·20년 장기 계약 등을 제안했지만 한화가 거부해 가격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 뉴스1

DL은 또 "한화의 주장대로 공급 가격 계약이 진행되면 적정 가격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아 여천NCC의 현금 흐름과 수익성이 악화해 여천NCC의 부실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며 "DL은 여천NCC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단가로 에틸렌을 거래하면서 여천NCC의 자생력을 키우려 한 반면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가격을 고수하고 자사에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DL 측과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두 회사의 합작 법인 계약이 종료된 2024년 말 이전부터 DL이 한화보다 낮은 가격에 에틸렌을 공급받았고 이로 인해 여천NCC가 국세청 세무조사와 1000억원 상당의 과세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에 에틸렌, C4R1 등의 제품을 저가로 공급했다는 이유로 법인세 등 추징액 1006억원을 부과받았고 이 중 DL 측 거래 관련 조건의 불공정성으로 인한 과세처분이 96%(962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여천NCC가 DL에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에틸렌 등을 공급했고 이를 통해 DL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어 한화그룹은 "한화는 시장 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건으로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DL 측은 또다시 반박했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에틸렌은 용도별로 공급가가 다르게 책정되기에 그동안 DL 공급가가 한화보다 낮게 책정됐었다"며 "하지만 한화는 DL 가격으로 에틸렌을 가져가면서 올해 1~7월 사이 38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에도 국세청이 석유화학 제품 관련 세무조사를 해서 여천NCC가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나 불복 소송 끝에 대법원이 2009년, 부과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며 "여천NCC는 이번에도 과세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두 회사는 외환 위기(IMF) 여파로 석유화학업계가 통폐합하던 시기 각자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나프타 분해 설비)를 통합·운영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여천NCC 지분 50%씩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