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매각 시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화학은 미래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지난 7일 진행한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투자자 회의)에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2020년 12월 설립됐다.
차동석 최고재무책임자(CFO)는 LG화학의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언급하며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이나 다른 자산을 적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주력 먹거리였던 석유화학 부문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2분기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4조6962억원, 영업손실 904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의 상반기 말 기준 부채 비율은 110.7%로, 1분기(97.7%) 대비 13%포인트(P) 증가했다.
LG화학은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중이다. 지난 4월 수처리 필터(워터솔루션) 부문을 1조4000억원에 매각했고, 이달 에스테틱 사업부를 2000억원에 정리했다. 비스페놀A(BPA) 사업부도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LG화학은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2조원을 투입해 미국 테네시주에 연산 6만톤(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충남 서산시에 30만t 규모의 친환경 바이오 연료(HVO·Hydrotreated Vegetable Oil)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3월 "올해 2조5000억~2조7000억원의 설비투자(CAPEX)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엔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412만9409주를 대상으로 10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 청구가 행사되면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은 81%대에서 79%대로 줄어든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의 종가(38만9000원) 기준 LG화학의 보유 지분 가치는 약 74조원이다. LG화학이 경영권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지분을 남겨 놓고 나머지 지분을 팔면 20조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상장사 임원, 주요 주주가 사전에 지분 매각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점은 변수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팔겠다고 예고하면 다른 주주가 먼저 보유 주식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매도세가 많아지면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