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의 일환으로 전용 조선소를 설립해 미 군함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를 맡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후보로는 경남 진해 케이조선, 부산 HJ중공업(097230), 전북 군산 HD현대중공업(329180) 군산조선소 등이 거론된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실행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상징 모자.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한미 간 조선 산업의 협력 증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지원법 입법에 나섰다. 국내에 미 군함 MRO 등을 위한 특화 단지를 지정하고, 정부 출연금 등으로 조선 산업 협력 증진 기금을 설치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정부 주도로 중형 조선사를 인수해 미 해군 MRO와 군함 건조를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MRO 사업부터 시작해 미국의 법 개정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미 군함 건조까지 따낸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관세 합의 타결 수개월 전부터 조선업을 핵심 협상 카드로 보고 펀드를 조성해 케이조선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금 등을 활용해 케이조선을 인수한 후 미 해군 MRO 사업을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케이조선은 미 해군 부대가 있는 창원시 진해구에 조선소를 갖고 있어 입지적 장점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케이조선 조선소. /케이조선 제공

케이조선 최대 주주인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KHI 컨소시엄은 현재 케이조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 중인 유암코가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유암코는 정부 측 지분이 30%(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다.

케이조선은 MRO 일거리가 꾸준히 보장만 된다면 정부가 인수해 MRO 기지로 전환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MRO는 선박 건조보다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일감만 계속 있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부산 HJ중공업 영도조선소. /HJ중공업 제공

HJ중공업(097230)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HJ중공업은 지난 3월부터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MRO 자격 요건인 함정정비협약(MRSA·Master Repair Ship Agreement) 체결을 추진해 왔다. 지난 4월엔 닐 코프로스키 주한 미 해군 사령관이 HJ중공업의 부산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MRO 사업 준비 상황을 둘러보기도 했다. HJ중공업은 지난달 부산·경남 지역의 선박 수리·정비 관련 기업 10곳과 함정 MRO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협의체도 만들었다.

HJ중공업은 미 해군 MRO 사업 참여를 준비 중인 것은 맞지만, 회사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HJ중공업 측은 "최대 주주(동부건설)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전라북도와 군산은 군산항을 미 해군 MRO 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329180)의 군산조선소를 MRO 전용 기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말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면서 이곳에서 선박 블록(조립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군산항은 중국 견제와 감시 측면에서 이점이 있으나,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어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수주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USNS 앨런 셰퍼드 MRO는 울산 조선소에서 작업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군산조선소의 MRO 기지 전환 등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