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업계가 막대한 부채 속에서도 할인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가 행사를 하지 않으면 빈 좌석이 늘어 손해가 커지고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재무 구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 안전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항공업계에 이스타항공은 이날부터 일본·대만 노선 항공권을 최대 99% 할인 판매한다. 7일엔 동남아·제주 노선을 할인 판매한다. 김포~제주 노선과 인천~오사카 노선은 각각 편도 기준 1000원, 1만5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에어부산(298690)도 이날부터 일주일간 일본 8개 노선 편도 항공권을 최저 3만9400원에 판매한다. 지난 4일부터 항공권을 최대 20% 할인하고 있는 티웨이항공(091810)은 11일부터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메가 얼리버드'를 시작한다. 진에어(272450)는 10일까지 국내선을 최대 9% 할인한다.
지난달엔 제주항공(089590)·에어프레미아·에어서울·에어로케이가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아직 운항을 시작하지 않은 파라타항공을 제외하면 국내 8개 LCC 모두 할인에 나선 것이다.
LCC의 재무 체력은 약한 편이다. 최근 할인 행사에 가장 적극적인 티웨이항공은 올해 1분기 기준 부채 비율이 4353%에 달했다. 금융 비용 대비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는 0.1배로, 수익이 내야 하는 금융 비용의 10% 정도였다. 이는 국내 신용평가사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다른 LCC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스타항공과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잠식 상태다. 제주항공은 1분기 기준 부채 비율이 615%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말 517%에서 악화했다. 그나마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각각 337%, 445%의 부채 비율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인데, 진에어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2분기에 11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LCC 업계가 할인 경쟁을 지속하는 이유는 고정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항공사가 좌석 수를 늘렸는데, 탑승객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라며 "좌석을 비운 채 출발하는 것은 더 큰 손실이기 때문에 특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비행기가 80% 이상 차야 수익이 난다고 본다.
할인 경쟁에서 발을 빼면 시장 점유율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CC 항공권은 대부분 온라인 여행사(OTA) 플랫폼에서 판매되는데, 프로모션이 없을 땐 검색 순위에서 한참 밀려나게 돼 고객 유입량이 줄어든다"며 "한 항공사가 할인을 시작하면 다른 회사도 따라 할 수밖에 없어 특가 프로모션이 상시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항공권 운임이 내려가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전과 서비스 품질이 안 좋아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50% 이상 부분 자본 잠식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거나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인 항공사에 재무 구조 개선 명령을 내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달 국토부는 4년째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에어로케이에 대한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