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수소연료전기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넥쏘의 저조한 판매 실적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수소차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지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기반 시설)와 정부 규제 등으로 2018년 3월 출시 후 7년이 지나도록 완성차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수요가 늘기 위해서는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15년으로 돼 있는 수소연료탱크의 교체 주기다. 넥쏘에는 총 3개의 수소연료탱크가 들어가는데, 개당 교체 비용은 400만원을 웃돈다. 15년 넘게 넥쏘를 계속 타려면 약 13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넥쏘는 중고차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고, 신차 판매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교체 주기가 30년 이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 6월 출시된 수소자동차 넥쏘의 2세대 신형 모델 '디 올 뉴 넥쏘'. /현대차 제공

수소차 '셀프 충전'도 수요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국내에서 수소를 충전할 때는 반드시 충전을 전담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완성차 업계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함께 불편한 충전 방식도 국내에서 수소차 판매가 반등하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넥쏘는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1726대에 그쳤다. 넥쏘 판매량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100대를 밑돌았다. 6월 10일 2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 출시된 후에야 7월 판매량이 1001대를 기록했다.

넥쏘는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정의선 회장이 직접 공개 무대에 섰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넥쏘 판매량은 지난 2020년 5786대, 2021년 8502대, 2022년 1만164대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으나 2023년 4328대, 작년 2751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8년 CES에서 공개한 미래형 SUV 넥쏘. 당시 현대차는 오로라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정의선(맨 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크리스 엄슨(오른쪽 두번째) 오로라 CEO. /현대차 제공

수소차는 문재인 정부 시절 주목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넥쏘가 출시되던 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넥쏘를 시승했고, 관용차로 사용했다. 그해 6월에는 수소차 보급 확산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수소차는 친환경·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폈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부합하는 사업으로 인식돼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수소차 사업에 대한 지원이 크게 축소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22년 환경부 2차 추경 예산안에서 수소차 보급과 수소 충전소 설치 예산은 기존 8928억원에서 6678억원으로 25% 줄기도 했다. 넥쏘의 국내 판매량이 꺾이기 시작한 것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다.

이재명 정부도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수소차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도 최근 판매가 부진한 상황인데, 충전하기도 불편하고 중고차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수소차를 선뜻 구매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수소차를 키우려면 업체의 가격 인하 노력과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