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두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SK온은 흡수 합병하는 SK엔무브가 갖고 있는 액침 냉각 기술이 발열 문제를 해결해 배터리 안정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액침 냉각은 배터리·서버 등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것을 말한다. 찬 공기나 물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열을 식히는 공랭·수랭식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발열을 잡는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이석희 SK온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온 성장 스토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11월 1일 출범하는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법인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사업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SK엔무브는 윤활유·냉매·냉난방공조(HVAC) 등 전기차 특화 열관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

두 회사는 SK엔무브의 액침 냉각 기술이 SK온의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에도 협력 관계는 있었지만, 한 회사가 되면 기술 개발이나 정보 공유가 원활해진다. SK온은 배터리 열 제어를 통해 화재나 폭발 위험을 낮추는 것은 물론 에너지 효율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 냉각은 절연성 냉각 플루이드를 배터리 팩 내부에 순환시켜 열을 방출한다. 급속 충전, 과충전 등 발열이 심한 상황에 배터리 셀 온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 준다. 온도가 균일하게 유지되면 배터리 성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수명도 길어진다.

SK온은 ESS 배터리에도 액침 냉각 기술을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ESS에는 상당한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불이 났을 때 대응이 어렵다.

삼성SDI(006400),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비교하면 후발 주자인 SK온은 최근 ESS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엘앤에프(066970)와 북미 ESS 시장을 겨냥한 리튬인산철(LFP·Lithium Iron Phosphate)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을 토대로 이르면 하반기에는 ESS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50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액침 냉각 시장 규모는 2040년 42조원으로 연평균 18.5%씩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ESS 배터리는 물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서버 등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