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하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고 30일 밝혔다.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총 8조원의 자본을 조달하기로 했다.
다음은 SK이노베이션 경영진과의 일문일답.
ㅡ지난해부터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재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장기 비전, 성장 전략이 궁금하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사업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해외 확장 ▲에너지 설루션 사업 ▲배터리 사업 등 세 가지를 미래 성장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앞으로 전기화 시대 토털 에너지 회사가 되는 게 비전이다. 기존 석유화학산업에서 LNG 발전산업으로 운영 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추구한다. 이런 사업들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LNG 발전 사업은 현재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소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 설루션 사업은 현재 SK이노베이션이 가진 여러 에너지 관련 역량을 결합해 고객 맞춤형으로 패키지 설루션을 제공해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제조 역량에 기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진행하게 됐다."
ㅡ배터리 사업부의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점이 궁금하다.
"지난 2년간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수율 향상 등에서 치열하게 좀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전기차 수요가 더디게 성장하면서 연간 기준으로 BEP 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를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고, 비용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수익성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미국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결과를 확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를 시작으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창출 규모를 계속 창출해 나중에는 영업이익, BEP를 순차적으로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31일 공유하겠다."
ㅡ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 계획은?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법인이 11월 1일 자로 출범한다. 이번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기존 재무적 투자자(FI)와 맺었던 계약은 모두 해제된다. 즉 IPO 의무화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시점에서 합병 법인에 대한 IPO 계획은 없다. 향후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주주 권익,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하겠다."
ㅡ추가로 계획 중인 사업 재편, 자산 매각이 있는지?
"지난 5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 주가가 계속 하락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원인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 구조 개편이 필수 과제라고 생각한다. 사업 구조 재편, 자산 효율화,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리밸런싱이 추진될 계획이다.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
ㅡ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비율 산정 방식이 궁금하다.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비율은 1대 1.6616742이다. 회계법인의 현금흐름할인(DCF) 모델을 적용해 공정하게 산출됐다."
ㅡ SK이노베이션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SK㈜가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으로 참여하는데,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을 확신하는지?
"이번에 자본 보강이 5조원인데, 그중 PRS가 3조9000억원 정도 된다. 통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 대주주가 PRS 계약으로 주가 변동성을 흡수해 다른 주주들의 권익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맺은 계약으로 봐주면 좋겠다. 기업 가치 제고 전략으로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 PRS 계약을 통해서 대주주가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도 봐야 한다."
ㅡLNG 사업부 매각으로 E&S가 경쟁력을 잃는 게 아닌지?
"LNG 사업은 트레이딩을 제외하곤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중후장대 산업이다.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집행될 때 미래에 발생할 실적을 기반으로 약 70% 정도의 파이낸싱을 일으켜 짓는다. 안정적인 사업이 담보가 되는 구조다. 어떻게 사업하느냐에 따라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차입 비율이 높아 재무 구조가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면 사업의 안정성, 수익성을 검증한 후 지분의 일부를 유동화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전략을 계속 써왔다. 몇 년 전에 파주 LNG발전소 지분 49%를 유동화한 전례도 있다. 현재 E&S가 보유한 여러 발전소들이 상업 가동을 하고 있다. 안정성, 수익성을 충분히 검증했기에 일부 지분을 유동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구조로 유동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LNG 밸류체인을 유동화하는 게 절대 아니다. 자산의 효율성 측면에서 비영업 자산, 유휴 자산 등의 지분을 유동화하는 것이다. 사업 경쟁력과는 무관하다. 유동화하더라도 20년 이상의 장기 사용권을 갖고 있다. LNG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 동력이다."
ㅡSK㈜가 SK이노베이션 자본 확충에 참여하는데,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까.
"SK이노베이션은 SK㈜의 핵심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이 성장하는 게 궁극적으로 SK㈜에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가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가치의 30%를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연결 매출 기준으로는 60%다. 주가를 분석하면 약 71%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 제고가 SK㈜와 직결된다고 봐야 한다."
ㅡSK온의 IPO 대신 FI 지분 매입을 추진한 배경이 궁금하다.
"FI 자금을 유치할 때와 현재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20년 SK온이 FI 자금을 유치할 때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SK온을 급하게 IPO하는 것보다는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FI와 맺은 계약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제약이 됐다. 그렇다면 FI와 맺은 계약을 해지하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했다. 빨리 FI 지분을 매입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ㅡSK온과 유사하게 E&S도 KKR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은.
"SK온의 FI 지분과 KKR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성격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SK온은 IPO를 했어야 하는 반면에 KKR의 RCPS는 이런 조건이 없다. 상환 일정이 2027~2028년으로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상환 방법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
ㅡ석유화학 산업 업황이 계속 부진한데 SK지오센트릭이나 인천석유화학 계획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수익성을 내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중점적으로 하는 건 운영 개선 활동이다. 비용 절감, 생산성 개선, 수익성 제고 등을 말한다. SK지오센트릭은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을 진행하며 고정비가 늘었는데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 여러 활동, 재생 관련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석유화학 사업 구조조정은 정부와 관련 업체와 협의 통해 진행할 부분이 있으면 참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