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와 약 9조원(67억달러) 규모의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식을 앞둔 현대로템(064350)의 다음 행선지로 루마니아가 거론되고 있다. 루마니아의 정권 교체로 전차 도입이 미뤄지고 있으나, 현대로템은 루마니아와 계속 접촉하며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29일 방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루마니아 정부는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노후 전차 교체 사업을 아직 공고하지 않고 있다. 앞서 루마니아는 지난 2022년 군 현대화 사업을 발표하며 300대 규모의 신형 전차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군이 운용 중인 현대로템의 K2 블랙팬서(Black Panther) 전차. /폴란드 국방부 제공

루마니아는 지난 1958년 개발돼 구소련 시대에 사용됐던 T-55 전차 160여대를 지금도 운용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소속 국가 중 이 전차를 운용하는 국가는 루마니아가 유일하다.

루마니아는 이후 2023년 11월 미국 에이브람스 전차 54대를 도입했다. 나머지 물량을 두고 현대로템이 독일의 레오파드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됐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루마니아에서 K2 전차 실거리 사격 훈련을 완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루마니아의 정치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5월 대선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데다, 루마니아 의회가 노후 전차 교체 사업의 예산마저 삭감한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루마니아 여당과 야당 간 (무기 도입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로템과 우리 군 당국은 루마니아 정부의 예산안 편성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루마니아 내 상황을 지켜보는 상태로, 루마니아의 새 예산안이 편성되는 시점에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루마니아를 상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루마니아 측 관계자를 꾸준히 만나며 현지 생산과 빠른 납기 등 한국 방산의 장점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다시 0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현지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3일 강원 홍천군 매봉산 훈련장에서 열린 육군 11기동사단 주관 지역 안보 관계관·주민 초청 행사에서 K2 전차가 표적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차 도입 계획은 멈춰 있지만, 루마니아 정부는 군 현대화를 위한 다른 사업들은 진행 중이다. 루마니아 정부는 지난 10일 신형 보병전투차량 도입안을 최종 승인했다. 보병전투차량 사업은 8년에 걸쳐 표준형 보병전투차량과 지휘통제형 차량, 120㎜ 박격포 탑재형 등 5종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보병전투차량 사업의 도입 수량은 총 246대로, 올해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가 레드백 장갑차를 앞세워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루마니아는 한화에어로의 K9 자주포 도입국이다. 한화에어로는 루마니아 현지에 자주포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루마니아 내 K2 전차에 대한 관심은 아직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 방산 매체 디펜스 루마니아는 지난 18일 루마니아 군인들이 한국에서 4주간의 K9·K2 전차 훈련에 참가한 소식을 전하며 "K2 전차는 루마니아 군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