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업계가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노선의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짐의 총량)을 줄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5월 제네바 합의로 고율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큰 폭으로 늘었던 운송 수요가 최근 다시 줄어 운임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덴마크 해운 분석 업체인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해운사들이 다음달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노선에 배치할 예정이었던 선복량은 지난 18일 기준 36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 13일 조사된 결과인 38만TEU와 비교해 약 5% 줄어든 수치다.
이달 배치 예정 선복량 역시 지난달 13일 기준으로는 40만TEU로 조사됐지만, 지난 18일 기준으로는 이보다 8% 줄어든 37만TEU를 기록했다.
씨엔텔리전스는 해운사들이 미국과 중국의 관세 유예 결정에 따라 운송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공급량 확대에 나섰지만, 최근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계획된 공급량을 다시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물동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 무역 데이터 분석 업체인 데카르트(Descartes)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221만7675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감소했다. 지난 4월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난 241만371TEU를 기록한 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 역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주 서안으로 향하는 노선의 운임은 지난 25일 기준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067달러로 전주 대비 3.5%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월 운임인 5606달러에 비해 63%나 하락한 수치다.
시황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의 수요가 줄어든 상태"라며 "높아진 관세율로 인해 하반기 물동량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주 노선의 운임 하락은 해당 사업 부문을 주력으로 하는 HMM(011200), SM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HMM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를 미주 노선에서 거둬 최근 운임 하락으로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HMM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줄어든 10조4720억원, 영업이익은 50.2% 감소한 1조749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