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선사인 스위스의 MSC와 프랑스 CMA CGM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피더(Feeder·소규모 컨테이너 운반선) 신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선복량 1위 해운사인 MSC와 3위 해운사인 CMA CGM은 자사가 피더로 운용하는 6000TEU(1TEU는 20ft 컨테이너 1개)급 이하 컨테이너 운반선 선대(船隊·배의 무리)를 교체하기 위한 신조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트레이드윈즈는 두 해운사가 피더 선대를 교체하기 위해 필요한 선박 수는 120여 척으로 예상했다. 컨테이너선은 규모와 재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데, 6000TEU급 이하 선박의 평균 신조가는 4500만달러(약 621억원)로 알려졌다. 120척이 평균 가격으로 발주되면 7조5000억원 규모의 물량이다.
이들이 선대 교체를 검토하는 것은 환경 규제 때문이다. 발트국제해사협의회(BIMCO)에 따르면 전체 컨테이너선의 평균 선령은 14.2년이지만, 20년 이상 선박의 92%는 5999TEU 이하인 중소형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작년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유럽 항만에 입출항하는 5000GT(총톤수) 이상 선박은 탄소 배출량에 따라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7년부터 같은 기준 선박을 대상으로 수송 화물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해 이를 초과하면 배출량 1t당 최대 380달러의 탄소세를 내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 조선사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주로 수주했으나 올해 발주가 급감한 만큼 피더선 대량 발주가 이뤄지면 이를 통해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938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54.4% 줄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 업계가 인도한 8000TEU급 이하 컨테이너선은 모두 14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인도된 컨테이너선에서 해당 규모의 선박이 차지하는 비율도 22.4%포인트(P) 줄어든 31.1%를 기록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기술로 대표되는 이중연료 추진 엔진(Dual Fuel Engine)은 중국과 격차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거대 해운사가 피더선 교체를 친환경 선박으로 한다면 HD현대미포(010620)를 비롯해 HJ중공업(097230)·대한조선·케이조선 등 중형 조선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