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 HMM(011200)이 해외 항만 터미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항만 터미널을 직접 매입하거나 20~30년간 임차해 선박 입·출항 관리, 화물 하역·보관, 물류 연계 등으로 돈을 버는 사업이다. HMM은 주력 사업인 해운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새로 터미널이 열리거나 운영권이 나오는 곳을 우선순위 투자처로 검토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브라질 상파울루 산투스항에 초대형 복합 물류 터미널을 짓는 테콘10(Tecon 10) 입찰전에 참여하기로 했다. 브라질 정부는 기존 산투스항의 물류 처리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근처 약 62만㎡(약 18만7550평) 부지에 연간 35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소화할 수 있는 대형 터미널을 짓기로 했다.
중남미 최대 항구인 산투스항에서는 연간 600만 TEU의 컨테이너가 처리된다.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지역을 오가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수시로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산투스항의 터미널은 총 58개이고, 모두 민간 사업자가 운영한다. 테코10이 완공되면 연간 처리 물동량이 50% 정도 늘어날 예정이다.
주요 무역 거점에 새로운 터미널이 열리는 만큼 HMM과 같은 선사, 터미널 전문 운영 회사들은 터미널 운영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터미널 운영권이 있으면 다른 선사보다 컨테이너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물동량이 늘면 터미널 영업 수익도 증가한다. 보통 터미널 사업권을 따내면 20~30년 정도 운영하고 상황에 따라 운영 기간을 연장한다.
HMM은 현재 운영 중인 스페인 알헤시라스 컨테이너 터미널을 확장 개발하기로 했다. 3500만유로(약 560억원)를 투자해 터미널 면적을 기존 30만㎡에서 46만㎡로 늘리고, 컨테이너 처리 물량도 연간 160만TEU에서 210만TEU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 결정에 따라 터미널 운영 기간도 기존 2043년에서 2065년으로 늘어난다.
HMM은 전 세계 6개 국가에서 8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HMM은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기업이지만, 비슷한 체급의 선사와 비교해 보유 터미널 수는 적은 편이다. 터미널 운영이 포함되는 기타 사업부의 1분기 매출액(534억원)은 전체 매출의 1.87%에 불과하다.
세계 1위 기업인 MSC는 34개국에서 67개 터미널을, 머스크는 35개국에서 59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선사는 전 세계 항만에 여러 터미널을 확보하고 터미널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사해 운영하고 있다. 터미널은 초기 투자 금액이 크지만, 해운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투자처로 꼽힌다.
최원혁 HMM 사장은 취임 후 터미널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최 사장은 과거 해외 터미널이 없어 환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CJ대한통운(000120), LX판토스 등 물류업계에서 40년 이상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