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신임 장관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내고 여당이 석유화학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구조조정 대상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직격탄을 맞은 나프타분해시설(NCC)이 될 가능성이 높다.

NCC는 석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로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NCC가 있는 산업 단지는 울산광역시, 전남 여수시,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석유화학 기업이 통폐합에 나설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남 여수 석유화학 단지. / 뉴스1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지난달 11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업 재편을 위한 합병·분할·설비 축소,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지원, 노후 설비 해체, R&D 및 설비 투자에 보조금, 전기요금 감면 또는 보조, 생산시설 신설·증설·개선·폐쇄 절차 간소화, 설비 가동률 조정 협의 시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적용 예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중 핵심은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 조항이다. 석유화학 기업이 NCC 설비를 매각하고 싶어도 다른 업체의 설비와 합칠 때 공정거래법상 독점 규제 위반에 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해당 법안에는 석유화학 기업이 설비를 통합할 때 걸림돌로 지적되던 공정거래법 관련 특례가 담겨 있다. 세제 지원, 전기 요금 감면 등 일부 사항을 양보하더라도 큰 틀 안에서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011170)과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대산 산업단지에 있는 NCC 설비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작회사(JV)인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NCC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대산 산업단지에는 이들 기업 외에 LG화학(051910), 한화토탈에너지스의 NCC 설비도 있다. 이들 업체의 설비 통합 방안도 향후 논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울산 산업단지에서는 SK이노베이션(096770) 계열에서 석유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NCC 설비를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은 정유사인 SK에너지에서 NCC 공정의 원재료인 나프타를 공급받아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대한유화는 SK지오센트릭과 같은 울산 산업단지에 있는 NCC 기업으로 에쓰오일에서 나프타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에쓰오일이 내년 상반기 석유화학 제품 생산 시설 '샤힌 프로젝트' 가동을 시작하면 새로운 나프타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이해관계는 맞지만, 매각 금액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기업 중 NCC 시설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이재명 정부가 친(親)노동조합 성향이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노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에서도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