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과 한화시스템(272210)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한다. 3D 프린팅은 로봇·인공지능(AI)과 더불어 조선소의 건조 역량을 키운 주요 기술로 꼽힌다. 한화(000880)는 필리조선소를 통해 화물 운반선 시장을 넘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과 군함 신조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필리조선소는 한화에 인수된 이후 금속 적층 제조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조선소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부품을 통상 협력 업체에서 공급받아 사용하는데, 일부 부품은 직접 만들어 건조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엔진 부품인 프리챔버를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면서 건조 기간을 단축한 바 있다. 선박 손상을 막기 위한 벨마우스나 각종 배관도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 수 있다.
필리조선소는 적층 제조 설계, 3D 프린터 작동, 디지털 생산 방식 등을 작업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품 정보 전산화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을 통한 중앙 제어 방식 도입 ▲증강현실(VR) 기술을 활용한 훈련 설비 도입 등으로 건조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의 건조 역량을 강화해 화물 운반선이나 고부가가치 선박을 미국 현지에서 건조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LNG 운반선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는 2028년까지 미국에 모두 11척의 LNG 수송선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NG 운반선이 척당 2억5500만달러(약 3525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약 3조80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다.
한화는 미국 LNG 운반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현지 해운 법인인 한화쉬핑을 통한 리플래깅(reflagging)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건조한 선박의 국적을 미국으로 바꾸는 것인데, 한화쉬핑이 지난 2월 한화오션에 발주한 LNG 운반선 2척이 대상이다. 한화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으로 필리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 현지 선박 등록 자격이 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통해 군함 건조 시장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3D 프린팅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와의 계약 특성상 인도 지연에 따른 불이익이 크고 특수 부품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