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의 미국 자회사 한화쉬핑(Hanwha Shipping)이 선박 주문을 늘리며 해운업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원유 등 원자재 운반 수요가 늘어나자 한화쉬핑이 직접 배를 인수해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한화쉬핑은 한화오션에서 만든 신기술 선박을 검증하는 시험대 정도였는데, 아예 선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조선·해운 산업을 아우르는 종합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만든 차세대 무탄소 추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오션1'(Ocean 1)./한화오션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쉬핑은 모회사인 한화오션에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Very Large Crude Carrier) 1척을 발주했다. 30만DWT(Dead Weight Tonnage·재화중량톤수)급으로, 2027년 3월까지 인도하는 조건이다. DWT는 선박에 안전하게 적재할 수 있는 최대량을 의미한다. 정확한 계약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설립된 한화쉬핑은 한화오션에 총 5척의 선박을 주문한 상태다. 지난해 2척의 VLCC 건조 계약을 맺었고, 올해 LNG 운반선 2척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LNG 운반선의 총 계약 금액은 7322억원으로 오는 2027년 9월 말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친환경·디지털 선박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오션에서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배를 만들고, 한화쉬핑이 테스트해 문제가 없으면 선주에게 인도되는 방식을 구상했다. 이번에 한화쉬핑이 주문한 선박에는 배기가스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탈황 장치)가 장착된다.

한화쉬핑은 한발 더 나아가 현지에서 직접 LNG 운반선, 원유 운반선을 운용하기로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가 2028년부터 미국에서 수출하는 LNG 물량의 일정 부분은 미국에서 건조한 LNG 운반선으로 운송해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하면서 사업 방향이 잡혔다.

현재까지 한화쉬핑이 주문한 선박은 거제 조선소에서 만들어져 한국산 선박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향후 필리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해 한화쉬핑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에서 만들어진 선박을 현지 해운사가 인수하는 게 된다. 자국의 조선·해운 사업의 부흥을 꿈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에 들어맞는 그림이다.

라이언 린치 한화쉬핑 대표는 최근 외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미국에서 5~7척의 미국 국적 LNG 운반선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쉬핑은 원유·LNG·액화석유가스(LPG·Liquefied Petroleum Gas)·컨테이너 운송 역량을 갖춘 미국 선주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