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분야에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업황 악화 속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는 취지다.

태광산업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입하는 로드맵을 설정했다.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시행하면 연말까지 1조원 가량을 집행하게 된다.

태광산업 로고.

특히 신규 진입을 모색 중인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 및 설립에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투자 자회사를 통해 애경산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고 적격 인수 예비후보(숏리스트)에도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은 기존 유보금으로는 투자금을 충당할 수 없어 외부 자금 조달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금은 1조9000억원이지만, 실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당장 석유화학과 섬유 부문에 5000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하고,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도 의무로 보유해야 한다. 또 석유화학 2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시설 철거,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갈 예정이다.

태광산업은 다음 달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3186억원도 사업구조 재편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 불황이 지속되면서 회사 실적 부진은 심화하는 추세다. 매출은 2022년 2조6066억원에서 지난해 2조1218억원으로 감소했고,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태광산업은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 사업 목적을 확대한다. 추가되는 사업 목적에는 ▲화장품 제조·매매 ▲에너지 관련 사업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 개발·운영 ▲리츠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에 대한 투자 ▲블록체인 기반 금융 연관 산업 등이 포함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투자금 확보는 회사의 존립과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