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접점이 적은 B2B(기업 간 거래)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 등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철강 기업은 '쇠 맛'을 내세운 아이돌과 협업하고, 조선·방산업체는 남자 배우 모델을 내세워 '진짜 남자' 이미지를 강조하는 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에스파(aespa)는 지난달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신곡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가급' 국가 중요시설인 당진제철소는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이번 협업은 에스엠 측이 제안했고 현대제철이 수락했다. 에스파는 강렬한 비트와 일렉트릭 사운드로 '쇠 맛' 아이돌로 불려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상급 아이돌인 데다 '쇠 맛'을 내세운 점이 연결고리가 됐다"고 말했다.
촬영은 당진제철소 내부의 원료돔(철광석을 쌓아두는 장소), 스크랩야드장(고철 보관 장소)에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왕복 8차선 너비의 정문대로 공간도 활용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225명의 인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촬영인 만큼 넓은 공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으로 제품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바다에 인접한 당진제철소는 배에서 철광석, 석탄 등의 원료를 내리고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한다. 운반된 원료는 이번 뮤직비디오가 촬영된 원료돔에 저장됐다가 소결 및 코크스 공정(고로 투입이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작업)을 거쳐 쇳물로 바뀐다. 이후 정련 과정을 거쳐 반제품이 된다. 이번 촬영은 업무 사이 비는 시간에 촬영됐다.
배우 김우빈은 HD현대중공업(329180) 광고에서 17만4000㎥의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에 탑승했다. 광고 슬로건은 '진짜 멋있는 남자는 초대형 LNG 운반선을 탄다'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 2023년 건설기계 브랜드 디벨론(Develon)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굴착기 자격증이 있는 아이돌 우주소녀 멤버 다영을 임명했다. 다영은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등의 행사에서 직접 굴착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해외 시장이 큰 두산밥캣(241560)은 브랜드 앰배서더로 현지 유명인을 활용한다. 배우이자 TV쇼 진행자인 칩 게인스, 가수 저스틴 무어, 자전거 선수 라이언 나이퀴스트, 배우 조시 더멜이 두산밥캣의 북미 앰배서더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B2B 기업이라도 최종 소비자는 결국 일반 국민이다.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더욱 스타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