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월부터 중국산 후판에 잠정덤핑방지관세(반덤핑관세)를 적용하자 고장력강(일반 강판보다 강도가 높은 철강) 후판 시장에서 유럽산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장력강 후판은 인장 강도(물체가 끊어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최대 인장 응력)가 490메가파스칼(MPa) 이상인 제품으로 건설 기계 등 이를 필요로 하는 업계는 국내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덤핑관세 제외를 요청했었다.

19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고장력강 후판 3종의 지난달 수입 규모는 3405톤(t)으로, 이 가운데 독일·벨기에·스웨덴·스페인 등 유럽산이 89.4%(3043t)를 차지했다. 지난달 수입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49.3%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중국산 수입 비율은 1.9%, 일본산은 8.8%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그간 고장력강 후판은 중국·일본에서 수입되는 물량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유럽산 고장력강 후판 수입량은 전체의 23.4%였고, 일본·중국산은 75.6%였다.

업계에서는 고장력강 후판의 경우 국내 수급이 쉽지 않은데,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관세가 적용되자 수요 업체가 유럽을 통해 필수 물량만 확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24일부터 4개월간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02%의 반덤핑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덤핑 관세 적용 이전인 지난해 중국산 고장력강 후판의 평균 수입가는 1t당 801달러였다. 같은 기간 유럽산 고장력강 후판의 평균 수입가는 1t당 1881달러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특수 강종 때문에 평균 수입가의 차이가 클 수 있으나 주된 수요 품목도 유럽산이 중국산보다 30%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펌프카 등 건설 기계나 특수 구조물에 사용되는 인장 강도 980MPa, 항복 강도 960MPa급 후판은 국내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제철(004020)의 후판 최대 항복 강도는 690MPa, 인장 강도는 840MPa다. 포스코 후판의 최대 항복 강도는 885MPa, 인장 강도는 1130MPa다. 항복 강도는 재료에 힘을 가했을 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최대 응력으로, 항복 강도를 초과하면 재료는 영구적으로 변형된다.

수요 업계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공청회에서 980MPa 이상 고장력강에 대한 관세 예외를 요청했다. 수요 업계는 국내 철강사가 고장력강을 생산할 수 있어도 납기·두께·품질 조건은 충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수요 업계 의견을 토대로 국내 후판 제조사의 의견을 청취하고 고장력강 후판을 실제 생산할 수 있는지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장력강 제품군을 갖춘 업체는 고객사 요구에 따라 생산이 가능하다"며 "국내 수급 상황 개선, 관세 예외 등의 문제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