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가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자력을 원료로 쓰는 SMR 추진선에 이어 바다 위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부유식 SMR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선급협회(ABS)는 HD현대중공업(329180)과 HD한국조선해양(009540)이 설계한 부유식 SMR 모듈화에 대해 개념 승인(AIP·Approval In Principle)을 부여했다. AIP는 특정 설계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술적 결함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HD현대는 바다에 부유식 SMR를 띄우고 해상에서 전력을 생산해 인근 지역에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SMR은 원자로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로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든 전기 출력 300㎿(메가와트) 이하의 원자로다.
부유식 SMR은 바다에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만드는 것과 같다. 육지에 원전을 짓는 것과 비교하면 부지 선정이 자유로워 섬·오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주민 거부감도 적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 바다를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 중인데, 근처에 부유식 SMR을 지으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
HD현대는 지난 2월에는 SMR 기술을 탑재한 1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로 AIP를 받았다. 기존 벙커C유 대신 원자력을 원료로 움직이는 선박이다. 원료 효율이 높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HD현대는 SMR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기 위해 협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에 3000만달러(약 415억원)를 투자한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원자로 주기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SMR 개발사로,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1000기 이상의 SMR이 건설되면서 시장 규모가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