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 건설 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철강과의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 업계가 연구개발(R&D) 관련 지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수요 산업 맞춤형 강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11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 지출은 8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004020)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515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42% 줄었다. 동국홀딩스(001230)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20억원으로 0.2% 감소했다.

현대제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진공 용해로를 이용해 실험용 철강 슬래브를 만들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세아제강지주(003030)는 1분기에 1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으나, 세아베스틸지주(001430)는 14억원으로 19% 감소했다. KG스틸(016380)고려제강(002240)도 각각 18%, 7% 줄었다.

업계는 연구개발비 지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강종 개발 등 필수적인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인화 한국철강협회(포스코) 회장은 지난 9일 철의 날 행사에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철강업계가) 생존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구 개발을 강화하고, 원천 기술 및 고부가 제품 개발에 집중해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철강 업계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해야 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제품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조선·자동차 등 수요 산업에 맞춘 새로운 강종을 개발하는 것이 철강 산업의 중요한 당면 과제"라며 "세분화하는 후방 산업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고, 정부도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