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8월 중순까지 고율의 상호 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세계 최대 무역 경로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아시아(중국)~북미 항로 운임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100%가 넘는 관세를 매기다 90일간 유예하기로 지난 12일 결정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 기간 안에 물건을 실어 보내려는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보통 아시아~북미 노선은 기항하는 항구에 따라 도착까지 6~8주 정도 소요된다. 중국에서 출발하는 배라면 늦어도 6월 말에는 물건을 실어야 관세 부과 전에 미국에 도착한다. 화주(貨主)들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선사(船社)들도 선박 투입을 늘리고 있다.
상하이거래소가 집계한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는 지난 23일 1586.12포인트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던 3월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23% 올랐다. SCFI는 상하이 항구를 출발지로 하는 컨테이너 화물의 평균 운임을 지수화한 것이다.
최근 SCFI는 연초보다 낮지만, 상승세가 가파르다. 관세 전쟁이 잠시 휴전에 들어가자 수출 업체가 운송을 서두르면서 물량이 몰리는 영향이다. 중국에서 출발해 미국 서안 항구로 가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이달 9일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347달러에서 관세 유예 발표 직후인 16일 3091달러로 일주일 만에 32% 뛰었다.
미국 항구는 동안, 서안으로 나뉘는데 서안은 아시아 지역과 가깝고 대규모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 해상 물류의 중심지로 꼽힌다.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은 미국 서안에 있는 로스앤젤레스항(LA항), 롱비치항(LB항), 오클랜드항, 시애틀항에 물건을 내린다. 여기서 내린 물건이 내륙 각지로 퍼진다.
화물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이를 실어 나를 선박은 부족하다. 아시아 지역 주요 항만에선 화물이 쌓이는 추세라고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 해운사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선사들은 아시아~북미 항로에 선박을 줄이거나 항로별 투입 선박을 조정하는 추세였다.
최근 선사들은 아시아~북미 항로에 선박 투입을 늘리고 있다. 고려해운은 다음 달 18일부터 중국~북미 서안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40년 만에 부활하는 노선으로 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부터 1만100TEU급 선박을 6대 넣을 예정이다. HMM(011200)이 소속된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다음 달 5일부터 아시아~북미 서안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세 전쟁 이후 서서히 운항을 줄이던 노선이었다.
해운 운임도 오를 전망이다. 해운사는 월초에 화주와 물류사에 운임을 통보하는 일괄 운임 인상(GRI)을 시도하는데, 최근엔 선사가 우위에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지난주 HMM은 화주에 "관세 유예 영향으로 선복(선박 내 화물 적재 공간)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미주 전 구역에서 물류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