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원자력 산업 기반 활성화 등 4개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한국 원자력 업계는 신규 원자력 발전소 허가를 18개월 이내에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가장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신규 원전 신청 이후 24개월 이내에 건설 허가에 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 가장 최근 허가가 난 신한울 3·4호기는 신청 후 건설 허가가 나오기까지 8년 8개월이 걸렸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원자력 시대"라며 향후 25년간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재 약 100기가와트(GW)인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1GW는 약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신규 원전에 대한 허가를 18개월 안에 처리할 것을 명령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원전 건설 허가를 받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던 선례를 막고, 신속하게 원전을 건설하기 위한 조치다.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NRC 개혁 행정명령'에 대한 설명을 통해 "1954년부터 1978년 사이 미국은 133개의 민간용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지만, 1978년 이후 NRC는 일부만 승인했고 이 중 두 개의 원자로만 상업 운영에 들어갔다"며 "기술 발전으로 원전이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저렴하며 (전력 공급이) 풍부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NRC는 신규 원전 건설 허가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NRC는 안전하고 풍부한 원전을 장려하는 대신 위험 회피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과 같은 유럽에서 발생한 사건은 간헐적인 전력 생산보다 원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원자력 업계는 한국도 신규 원전 승인 기간을 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신규 원전 건설 허가는 신청 후 24개월 안에 나와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적이 거의 없다.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016년 건설 허가를 신청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심사가 재개돼 작년 9월에 허가가 나왔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건설 허가, 운영 허가 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건설 비용은 올라간다. 표준 원전, 기존 원전 인근에 짓는 원전에 대한 허가는 빨리 나와야 하는데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중복 심사가 이뤄지면서 허가가 지연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원전은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건설 허가를 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하지만, 지금은 같은 내용을 두세 차례에 걸쳐 반복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신규 원전 건설 허가 일정이 단축되면 전체적인 건설 일정이 줄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