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작년 1월 1일부터 선박에 대한 배출권 거래제도(ETS·Emission Trading System)를 시행한 이후 국내 해운사의 부담이 연간 수십억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EU ETS는 역내 항만을 드나드는 5000톤(t) 이상의 선박이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해운사 중에는 정기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HMM(011200)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HMM의 올해 1분기 배출충당부채는 370억원으로 집계됐다. 배출충당부채는 EU ETS에 따라 연료 사용량과 탄소배출권 시장가를 활용해 장래에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추산한 것이다.
EU ETS 시행 당시인 작년 1분기까지 HMM은 해당 부채를 추산하지 않았으나, 2분기 119억원을 시작으로 3분기 180억원, 4분기 264억원 등 꾸준히 증가했다.
정기선을 운영하지 않는 벌크선사나 비교적 규모가 작은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도 부담이 늘었다. 팬오션(028670)의 올해 1분기 배출충당부채는 56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 34억원 대비 70% 가까이 늘었다. 팬오션의 지난해 전체 배출충당부채는 59억원 수준이다.
대한해운도 올해 1분기 배출충당부채로 11억원을 책정했다. 해당 내역을 공시하지 않는 비상장 해운사를 더하면 국내 해운 업계가 EU ETS로 인해 지는 비용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클락슨은 EU ETS 시행으로 전 세계 해운 업계의 부담이 연간 11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해운사들은 화주에 할증료를 부과하고 친환경 선박을 도입해 대응하고 있다. HMM의 경우 아시아~북유럽행 화물 1TEU(길이 6m 컨테이너 1개)당 16유로의 배출권 거래제 할증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