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국박람회(엑스포)가 공식 개막했다. 1970년에 세계 박람회를 연 이후 55년 만에 두 번째 행사를 연 것이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 전시장은 155㏊(헥타르·1㏊는 1만㎡) 규모의 인공섬인 유메시마에 조성됐다.

여의도 면적의 약 절반 크기인 유메시마는 1970년대부터 매립해 만든 인공섬이다. 앞서 2008년 유메시마에 올림픽을 유치하려다 포기한 뒤 방치됐고, 이번 엑스포로 주목받게 됐다. 현재 섬 전체가 오사카 엑스포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2025 오사카 엑스포가 열리는 인공섬 유메지마./교도연합뉴스.

이번 엑스포의 볼거리 중 하나는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만든 '그랜드 링'이다. 축구장 7개(총면적 6만1035㎡) 크기로 나무 기둥을 쌓아 올린 듯한 모양인데, 구조물에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추는 일본 전통 건축 기법을 사용했다. 관람객들은 12m 높이의 그랜드 링의 상층부, 하층부를 돌아다니며 엑스포장 전경을 볼 수 있다.

조직위원회 격인 일본국제박람회협회에 따르면 이번 엑스포 준비 기간은 7년, 투입 비용은 3187억엔(약 3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투입된 만큼 엑스포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박람회가 열리는 6개월 동안 2820만명이 찾아오고, 2조9000억엔(약 28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막 초기엔 입장권 판매가 부진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입장권 판매량은 손익분기점의 약 70%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기업이 입장권을 대량으로 샀는데, 실제 입장객 수는 예상보다 적어 남은 5개월간 모객이 중요한 상황이다.

'2025 오사카 엑스포' 입구에 들어서면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링이 자리잡고 있다./이인아 기자

엑스포는 국제박람회기구(BIE)가 공인하고, 국가가 주최자가 돼 다른 국가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비상업적 국제 박람회(경제 문화 올림픽)다. 공인 엑스포는 이름을 유엔에 등록한 '등록 엑스포'(Registered Exposition)와 그렇지 않은 '인정 엑스포'(Recognized Exposition)로 나뉜다.

올해 오사카 엑스포는 등록 엑스포에 해당한다. 초대형 박람회인 등록 엑스포는 5년 주기로 6개월간 열리며 광범위한 주제로 진행된다. 개최국은 부지만 제공하고, 참가국이 자국 경비로 국가관을 건설한다. 전시 면적 제한도 없다. 우리나라도 한국관을 짓는 데 440억원을 들였다.

인정 엑스포는 중규모 전문 박람회로 최대 3개월까지 열 수 있다. 주제가 명확하고, 개최국이 국가관을 건축해 참가국에 유무상으로 임대한다. 전시 면적도 최대 25만㎡로 제한된다. 1993년 대전 엑스포, 2012년 여수 엑스포 등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엑스포는 모두 인정 엑스포였다.

'2025 오사카 엑스포' 국가관에 들어가기 위해 관람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벨기에관, 이탈리아관. /이인아 기자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한 번 개최하면 2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초대형 이벤트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올림픽, 월드컵보다 훨씬 크다.

부산시는 2030년 월드 엑스포 유치에 나섰다가 사우디 리야드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당시 부산시는 엑스포를 유치하면 61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50만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생산 유발 효과는 각각 11조5000억원, 20조5000억원이었다.

'2025 오사카 엑스포'에서 13일 한국의 날을 맞아 한국관 앞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다./이인아 기자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대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이다. 3개의 소주제는 '생명을 구하다(Saving Lives)', '생명에 힘을 주다(Empowering Lives)', '생명을 잇다(Connecting Lives)' 등이다. 한국을 포함한 158개국이 참가했고, 미래 사회 실험장이라는 주제로 110여개의 전시관인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각국은 한 주제를 정해 전시관을 꾸밀 수 있는데, 한국은 '생명을 잇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1893년 처음 엑스포에 참가한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28회 참가하고 있다.

'2025 오사카 엑스포' 한국관 제 3관에는 3면 대형 멀티 스크린에서 '연결'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상이 나온다./이인아 기자

한국관은 엑스포 장 내 C4 구역에 3501.82㎡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새하얀 건물에 'KOREA'라고 적혔고, 옆면엔 가로 27m, 세로 10m의 대형 미디어 파사드가 걸려있다. 여기엔 대한민국을 주제로 만든 미디어 아트 5편이 재생된다. 관람객들이 한국관에 들어오지 않아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게 특징이다.

한국관 대기 공간에는 288개의 한산모시가 천장에 달려 있다. 햇빛이 한산모시를 통과하며 자연 조명이 연출된다. 한국관은 '연결'을 주제로 총 3개 전시장을 만들었는데, 각각 10분 정도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고주원 서울예대 교수가 총감독을 맡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체험에 공을 들였다. 양방언 작곡가, 이지수 음악감독 등이 각 전시관의 음향을 연출했다.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개막한 13일 엑스포 캐릭터인 '먀쿠먀쿠'와 대형 건담 모형이 보인다. /연합뉴스 제공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공식 마스코트 이름은 '먀쿠먀쿠(MYAKU-MYAKU)'다. 새파란 몸통에 머리는 빨갛고, 5개의 눈이 달렸다. 파란 물에 태어난 빨간 세포를 표현한 것으로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외형이 독특해 공개 이후 현지에서 '기괴하다' '귀엽다' 등 호불호가 갈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