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항공사가 운항한 항공편의 지연(15분 초과 기준)율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가운데, 출입국 절차 등 공항 문제로 인한 지연 비율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토교통부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기 지연 사유에서 '공항 및 출입국 절차' 사유 항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14.7%로 전년 대비 5.9%포인트(P) 늘었다. 해당 항목의 세부 코드로는 '출발공항 제한사항', '공항시설(주기장 부족 및 혼잡)', '출입국·세관·검역(CIQ·Customs, Immigration, Quarantine)', '보안검색', '탑승구 부족', '목적공항 제한사항'이 있다.

연휴를 앞둔 이달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뉴스1

세부적으로 보면 출발공항 제한사항으로 15분 넘게 지연된 항공편 수가 2만400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 23년 4500여 건에서 1만5900여 건 급증했다. 활주로 임시 폐쇄, 항공사 직원 부족, 정치적 이슈로 인한 공항 이용 제한 등이 출발공항 제한사항으로 분류된다. 한국 출발이 아닌 해외 출발 공항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도 포함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작년에는 아틀라스 항공기 타이어 파손 사고로 인한 활주로 폐쇄가 있었고 항공 교통량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 통제 불가 요인으로 (제한 사항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인천공항 2터미널에 도입된 신형 보안 검색 장비의 오작동도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처리 속도 자체는 빨라졌지만 기기 오작동이 잦아 승객의 대기 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보안 검색 통합노동조합 관계자는 "신형 장비 도입 이후 보안검색 소요 시간이 1.5배 정도 늘어서 실제로 비행기를 놓치는 승객이 상당수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공항 내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일하는 김모(35)씨는 "신형 기기가 최적화가 되지 않아 대기가 길어져 2시간 걸릴 게 3~4시간 걸린다는 말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신형 장비 도입으로 직원 1인당 처리량이 약 17% 증가해 이로 인한 항공기 지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지상 조업 항목도 지연을 늘렸다. 지상 조업 중에선 항공기 급유 및 배유 지연이 32%로 가장 많았고 수하물 지연(23%), 항공기 청소(12%), 견인 차량 및 인원 부족(8%), 기내식 탑재 지연(7%), 서비스 장비 부족(6%)이 뒤를 이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에서 정비사로 근무하는 김모(29)씨는 "인천공항처럼 큰 공항에도 급유 차량은 항상 충분하지가 않다. 차량이 늦게 오면 결국 다음 일정이 밀리고 항공기가 지연되는 식"이라면서 "요즘 수요가 늘면서 지상조업 인력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과 출입국 절차와 관련된 지연 통계를 보면 대부분 공항 장비와 시설 관련 코드가 많다. 이용객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운항한 전체 항공편은 82만8577편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