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원자력연차대회' 이틀째인 30일,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GS에너지, 해외 기업의 임원진은 'SMR, 이제는 비즈니스다'라는 주제로 발표와 패널 토론에 나섰다. 해외 SMR 기업 임원진은 한국 기업이 앞으로 커질 SMR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선 한국수력원자력과 민간 사업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왕진민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제관 기술팀장은 "SMR 개발사는 대부분 스타트업으로 설계 초기부터 제작사와 협력해 제작비, 건설 기간 단축을 위해 노력한다"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삼성, 대만 TSMC처럼 '글로벌 넘버 원 SMR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왕진민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제관 기술팀장, 제프리 밀러 테라파워 부사장, 미칼 보에 코어파워 CEO, 존 알버그 칸풀넥스트 창립자, 유황찬 GS에너지 SMR사업팀 팀장 등이 30일 원자력연차대회에서 'SMR, 이제는 비즈니스다'라는 주제로 발표와 패널 토론에 나섰다. / 정미하 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미국의 SMR 기업인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에 44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 중이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 6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고, 뉴스케일파워는 지난해 12월 두산에너빌리티에 장기간에 걸쳐 SMR 핵심 부품을 발주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기업인 테라파워(Terrapower), 엑스에너지(X-Energy)와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왕 기술팀장은 "SMR 제작 기술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현재 갖고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 시장이 원하는 품질을 맞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제작 용량을 늘리는 등 SMR 개발사가 원하는 일정에 맞출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 확보, 건전한 공급망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테라파워, 코어파워(Core Power) 임원진은 SMR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프리 밀러(Jeffrey Miller) 테라파워 부사장은 "테라파워가 사업을 확장하는 데 SK(034730)HD현대(267250)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테라파워는 지난 2022년 SK·SK이노베이션(096770)에서 3000억원, HD현대에서 425억원을 투자받았다. 2023년 4월에는 SK㈜·SK이노베이션·한국수력원자력과 SMR 개발·사업화 협력 계약도 체결했다.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Kemmerer)에 소듐냉고속로 SMR을 짓고 있다. 밀러 부사장은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와 공공 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켐머러에 첫 번째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초의 상업용 나트리튬 원자로 설계·인허가·건설·가동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해양 원자력 기업인 코어파워(Core Power)의 미칼 보에(Mikal BØE)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부유식 원전 분야에서 코어파워가 선두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파트너 회사의 도움이 컸다"며 "테라파워뿐만 아니라 HD현대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HD현대의 자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코어파워, 테라파워와 함께 SMR을 개발하고 있다. 코어파워는 HD현대와 부유식 원전에 적합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용융염 원자로를 공동 개발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해상 원전 시장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기업이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수원과 민간 사업자의 공동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황찬 GS에너지 SMR사업팀 팀장은 "지금까지 원전 발전은 국가의 공공 사업이었고 한수원에 의해 모든 사업이 진행됐기에 부지 선정, 인허가, 건설·운영 등 모든 과정을 한수원이 맡아서 담당했다"며 "한수원이 잘해 왔지만, SMR의 다양한 수요 업체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수원과 민간 사업자의 공동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SMR에 대해서는 대형 원전과 별개로 민간 발전 사업자에 대한 사업 참여 허용 또는 SMR에 맞는 인허가 규제 체계, 다양한 요금제 도입, 원전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