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원전 수요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원전 1기도 없는 나라에서도 수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원전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다. 발주사, 공급사 중 한쪽이 리스크를 전부 떠안는 구조라면 원전 건설은 활발해질 수 없다. 리스크를 나누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원자력연차대회'의 세 번째 세션에 참여한 박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해외원전사업실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션 주제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원전 배치 가속화'였다.

왼쪽부터 제이미 페어차일드 OECD NEA 연구원, 30일 서울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원전 배치 가속화'를 주제로 패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재커리 래드 루시드카탈리스트 CRO, 사디카 투피 에스콤 부사장, 이희용 제일파트너스 대표, 베르나르드 블랑 에이시스템 부사장, 김연환 한국전력공사 원전수출전략실장 박균 한국수력원자력 해외원사업실장./이인아 기자

보통 원전은 발주사가 주문을 내고, 여러 공급사가 입찰에 참여해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의 발주사는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다. 우리나라의 한수원, 프랑스의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이 공급자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원전 건설은 발주사와 공급사가 설계·구매·시공(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턴키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 공급사가 주도권을 쥐고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공사 기간 단축, 책임소재 명확화 등의 장점이 있다. 한수원도 체코 원전에 대해 EPC 턴키 방식으로 체결할 예정이다.

문제는 원전 건설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여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박 실장은 "원전 건설 시 공사 지연, 초과 비용 등 리스크가 생겼을 때 공급사가 문제를 전부 떠안게 된다. 완공 후 발주사와 분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최근 공급사들은 전체 프로젝트를 일괄 수주하기보단 잘하는 부분만 나눠 계약하려는 분위기다. 공급사들이 협력한다면, 더 나은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공급사들이 이기적인 계약 조건을 내걸수록 원전 수주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급사들이 잘하는 것만 계약하고 빠진다면, 원전 건설 경험이 없는 발주사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원전 시장 발전을 위해 여러 공급사가 손잡고 원전을 수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