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후보 부지 선정 프로젝트는 1980년대에 프랑스 전역의 네 개 역을 중심으로 지질 조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사회적 반발과 논란에 당시 총리였던 미셸 로카르(Michel Rocard)는 고준위 폐기물 저장소 부지 선정 작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파블렌 휴버트·Fablen Hubert 프랑스 방사성 폐기물 관리청·ANDRA 국제관계 부장)
"1988년에 동해안 3개 부지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주민 반대로 두 달 만에 중단됐다. 1990년, 1994년에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인천 굴업도도 지정됐지만 철회됐고, 2003년에는 부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결국 중저준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나눈 후 2005년에 경주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후보지로 결정되면서 중저준위 논란은 일단락 됐다."(김유광 한국원자력안전공단 고준위기획실 실장)
한국과 프랑스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후보 부지 선정 프로젝트의 역사는 비슷하다.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가 법률이 제정되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프랑스는 1991년 바키우법(Bacay Law)을 제정하면서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 및 처리를 위한 정책적 기초를 마련했다. 바키우법 제정 이후 프랑스 정부는 1993년 ANDRA에 고준위 폐기물 저장소 설계 및 연구를 위한 책임을 부여했고, '시제오'(Cigéo)라는 지하 저장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지하 500m에 고준위 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국에선 방사성 폐기물 논란이 벌어지자, 중저준위·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나눈 후 2005년에 경주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후보지로 결정되면서 중저준위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남았다. 지난 2월, 국회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13년 안에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
김 실장과 휴버트 부장은 '2025 한국원자력연차대회' 이틀째인 30일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위해선 법제화와 더불어 시민의 공감대를 끌어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지 선정 이후에는 건설이 중심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한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실장은 "특별법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설 부지 선정 절차가 명시돼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지 선정 과정 절차를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진행할지를 촘촘하게 설계한 것이 특별법이 가진 가장 큰 의의"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부지를 선정하는 각각의 단계에서 국회에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고, 마지막에는 주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하도록 해 국민의 수용성을 가장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실장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부지) 유치 지역과 그 주변 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상 지원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법률에 명시돼 있다"며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의 의견이 어떻게 수렴될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40년 초까지 방사성 폐기물 관리 인력이 1000명 이상 필요한데, 대학원 지원 사업, 종사자 지원 사업을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버트 부장은 "시제오 프로젝트를 통해 지하 500m 깊이에서 12년 동안 운영할 처분 구역을 마련했다"며 "만료일까지 총 250억 유로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160명의 정규직으로 시작했던 시제오 프로젝트는 이제 5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연구개발(R&D) 중심 조직으로 시작해 건설, 인허가 중심 조직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