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 발전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분명 복잡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가 원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곧 전 세계에 '원전 르네상스'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미래 전력시장의 변화와 원자력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특별 세션에서 좌장을 맡은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원자력협회는 고리 1호기의 상업 운전 개시일(1978년 4월 29일)을 기념하며 매년 이즈음에 연차대회를 연다. 정부, 산업계, 학계, 국제기구를 모아 국내외 원자력계의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첫 발표를 맡은 지현기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대규모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현기 부사장은 "반도체는 단 0.1초의 정전으로도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탄소 배출이 없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용량이 전력이 안정적으로 수도권에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진 SK어드밴스드 대표는 탄소중립 스마트 시티인 '에코토피아' 개념을 꺼냈다. 에코토피아는 한 도시 내 전기, 열, 물, 이산화탄소(CO2)에 대한 그리드를 갖추고,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도시를 의미한다.
김 대표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며 "산업단지가 있는 도시를 에코토피아로 구축해 관리해 나가면서 다른 도시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캐롤 배리건(Carol Berrigan) 미국 원자력협회(NEI·The Nuclear Energy Institute) 수석 매니저는 현재 미국에서 원자력 산업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리건 매니저는 "미국에서는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정당과 무관하게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고 있다. 가동 원전 수명을 80년 이상으로 늘렸을 뿐만 아니라 폐쇄 원전을 재가동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원자력 지지도가 높다."고 전했다.
토마스 그리프스(Thomas Grifflth)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인·허가 매니저는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로부터 표준 설계 인증을 받은 유일한 SMR 업체다. 그리프스 매니저는 "기후 변화, 데이터 센터 증가, 전기차 수요 증가 등으로 앞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뉴스케일의 SMR은 안전하고 구조가 단순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김한곤 혁신형SMR 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은 우리나라에서 혁신형 SMR이 노후화한 석탄 화력 발전소를 대체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력 생산은 갑자기 대량으로 늘어날 수 없다. 원전은 짓는 데만 10년, SMR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데, 당장 이를 채우는 게 버거울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전력을 공급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