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를 만드는 것은 거대한 강철 부품에 복잡한 시스템을 설치하고 엄격한 안전 및 품질 기준을 준수하는 선박 건조와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원전 건설, 제작, 조립 등 핵심 작업을 한국의 조선소로 이전할 수 있다면 일정을 단축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는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원자력 혁신,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공장에서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것처럼 원전을 대량 생산할 수는 없지만,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가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원자력 혁신,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이인아 기자

앤더슨 대표는 1957년 파키스탄에서 영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영국계 미국인 사업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하고 언론·출판업에 종사하다 2001년부터 TED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갖고 용융염원자로(MSR) 기반의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개발사 투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앤더슨 대표가 에너지 전환과 원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TED의 강연 때문이었다. 앤더슨 대표는 "한때 강력한 반핵주의자였던 환경 운동가 스튜어트 브랜드가 TED 강연에 나서 부유한 미국인 한 명이 평생 사용하는 전력을 원전에서 수급했을 때 나오는 폐기물이 콜라 캔 한 개 분량이라고 설명했다"며 "만약 석탄을 썼다면 콜라 캔 2만5000개 분량, 1톤(t)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전이 미래 에너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으로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선 속도, 비용, 확장성 문제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인 원전을 건설하는 데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으며 원전 건설 승인은 빙하가 움직이는 속도만큼 느리다"며 "원전 건설 비용은 석탄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없고, 만약 비용 문제를 해결해도 전 세계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수백 개, 수천 개의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짚었다.

앤더슨 대표는 "우리는 필요한 제품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어떻게든 만들어 낼 방법을 지금까지 찾았고,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며 "표준화된 조립 라인에서 원전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소는 최상의 형태로 표준화된 대규모 제조 시설이고, 한국의 조선소는 복제·개선·확장이 가능하며 매년 여러 척의 선박이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의 기존 조선소 용량만으로도 매년 10GW(기가와트) 이상의 원자력 에너지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원자력을 간소화된 산업 강국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조선소는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을 생산하듯 원전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과 지구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