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산 무계목 강관 수입이 급증하자 업계에서는 중국산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에 부과된 잠정 덤핑 방지 관세(덤핑에 따른 산업 피해를 조사하는 기간 중에 부과하는 관세)를 우회하기 위한 물량이라는 의심이 나온다.

용접부가 없고 둘레가 큰 무계목 강관은 수송관이나 열교환기 등에 주로 사용된다. 무계목 강관을 들여와 절단한 뒤 펴는 작업을 거치면 후판처럼 사용할 수 있다. 후판은 선박 등을 만들 때 쓰인다.

무계목강관./대세철강 홈페이지 캡처

2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수입된 무계목 강관은 모두 1만2800톤(t)으로 직전 달 대비 49% 증가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해도 20% 늘었다. 국내로 수입되는 무계목 강관 가운데 중국산 비율은 90%가 넘는다.

무계목 강관은 국내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2022년 이래 꾸준히 수요가 감소했다. 무계목 강관 수입량은 2022년 20만t을 넘겼으나 2023년 18만t으로 감소했고, 작년에는 14만t으로 줄었다. 지난달 월별 무계목 강관 수입량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철강 업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덤핑 방지 관세 영향으로 무계목 강관 수입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에 최대 38%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무계목 강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중국 철강 업계는 컬러 후판으로 덤핑 방지 관세를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후판과 비슷하지만, 덤핑 방지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과 HS코드가 다른 제품을 수출해 관세를 피하는 것이다. 정부는 덤핑 방지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을 경미하게 변경해 수입하는 경우, 해당 품목의 동종성을 따져 신속하게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무계목 강관이나 전처리 후판처럼 우회 수입 물량이 많아지면 경쟁 산업에 피해를 주고 수출 제품에 활용되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