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네덜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앞서 한수원은 스웨덴, 슬로베니아 원전 수주전도 포기해 유럽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19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한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수원이 빠지면서 네덜란드 원전 수주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Électricité de France S.A.)의 2파전이 됐다. 네덜란드는 현재 원전 1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35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제일란트주 보르셀러 지역에 신규 원전 2기를 지을 계획이다.
그간 한수원은 네덜란드 원전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는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와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신규 원전 수주 의사를 피력했다. 이후 지난해 1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고, 수주 절차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수원 측은 "체코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사업 등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르면 이달 체코전력공사의 자회사와 원전 수주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달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작년 말에도 스웨덴 원전 수출을 포기했다.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원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예 철수하는 방향으로 틀었다는 해석이 많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합의 과정에서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웨스팅하우스에 넘겨준 것으로 추측한다.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협상 종료 전후로 유럽 내 3개 국가의 원전 수주전에서 줄줄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 내용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해외 원전을 수주하더라도 시공 과정에선 분명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수원, 한국전력(015760) 등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분배 방식을 두고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