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004800)그룹 회장이 효성중공업(298040) 이사회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효성중공업의 전력기기 사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효성중공업은 미국 전력기기 시장 호황 속에 현지 공장을 증설하며 미국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이 조 회장의 계열사 겸직을 문제삼은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올린다. 조 회장의 효성중공업 이사회 참여는 2018년 인적분할 후 처음이다. 효성중공업은 이사회가 조 회장을 추천한 이유로 "선제적 투자를 리드하고 전력 신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등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조 회장이 효성중공업 이사회에 참여해 전력기기 사업 투자 확대 등의 의사결정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력기기 사업이 순항해 그룹 내 비중과 존재감이 커졌다. 효성중공업은 건설 경기 침체에도 전력기기가 포함된 중공업 부문 호조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전력기기 시장 수요 증가로 올해 실적은 지난해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대형 IT 기업(빅테크)의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 증가로 미국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중공업의 중공업 부문 수주잔고는 1년 전 대비 57% 늘어난 9조2000억원에 달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부터 미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의 시험·생산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멤피스 공장은 2020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인수한 곳이다. 내년 증설이 완료되면 멤피스 공장의 변압기 생산능력은 연 130대에서 2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증설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도 상반기 중 창원 공장 생산설비 증설 작업이 완료되면 약 10% 늘어날 예정이다.
조 회장의 계열사 겸직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효성중공업 의결권 행사 방향과 관련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효성중공업 지분 12.24%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조 후보는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렵고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조 회장은 현재 ㈜효성 대표이사, 효성티앤씨(298020) 사내이사, ㈜효성투자개발 사내이사, ㈜FMK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최대주주 ㈜효성 측이 보유한 효성중공업 지분이 절반에 달해 선임 안건은 통과가 유력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지난 몇 년간 효성그룹의 주총 안건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엔 조 회장의 ㈜효성 및 효성티앤씨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이유로 반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