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희소금속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제련 업계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희소금속 가격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을 규제하면서 급등하고 있다. 아연과 구리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희소금속을 생산하는 제련 업계는 희소금속 추출 기술을 고도화해 채산성을 높이고 있다.
13일 제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비스무트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1톤(t)당 4만5151달러로 작년 말 대비 277% 올랐다. 안티모니 값도 지난 3일 기준 1t당 2만5275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말 대비 14% 상승했다. 인듐 가격은 같은 기간 3% 올라 1t당 37만2500달러를 기록했고, 텔루륨의 선물 거래 가격은 같은 기간 8% 올라 1t당 69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들 희소금속은 반도체, 배터리, 첨단 무기 등을 제조할 때 필수적으로 쓰인다. 비스무트는 방탄유리와 탄약 제조 등에 사용되고, 안티모니는 탄약, 배터리, 기계 베어링 제조 등에 사용된다. 인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고 텔루륨은 태양전지나 반도체 제조 등에 쓰인다.
희소금속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생산지인 중국이 수출을 규제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30%를 차지하는 안티모니는 지난해 9월부터 수출이 통제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몰리브덴 등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전 세계 비스무트·인듐 공급의 60%를, 텔루륨 공급은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고려아연(010130)은 비스무트·텔루륨·인듐·안티모니 등의 희소금속을 생산해 지난해 18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려아연은 연간 인듐 150t, 비스무트 1000t, 텔루륨 200t 등을 생산하고 있다. LS MNM 역시 텔루륨 등을 연간 50t씩 생산하여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소금속은 동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에서 추출되고 이익률이 높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4분기 기준 희소금속 사업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74%에 달했다. 이태환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희소금속 사업은 이익률이 높은 알짜 사업"이라며 "낮은 동 제련 수수료로 우려되는 올해 실적 악화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제련업계 관계자는 "희소금속에 대한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희소금속 추출 기술력이 고도화하면 부산물에서 생산할 수 있는 희소금속이 더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