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선업계 1, 2위인 LS전선과 대한전선(001440)의 특허침해 소송 2심에서 LS전선이 승소했다. 1심 판결보다 2심에서 대한전선 측이 부담할 배상액이 3배 가까이 커졌다. 대한전선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3일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등의 청구 소송 2심 재판에서 LS전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 대한전선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한전선이 LS전선에 4억9623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선고를 파기하고 배상액을 15억여원으로 높였다.
LS전선 측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은 LS전선의 기술력과 권리를 인정한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수십 년간 노력과 헌신으로 개발한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 및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LS전선이 2019년 8월 대한전선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제조, 판매하는 '버스덕트(Busduct)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버스덕트는 건축물에 대량의 전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배전 수단이며, 조인트 키트는 버스덕트의 주요 구성품 중 하나다.
LS전선은 2007년 조립 정확성과 작업 효율성이 개선된 3세대 버스덕트를 출시해 특허를 취득했고, 이듬해 한 하청업체에 버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외주 제작을 맡겼다. 그런데 이 하청업체에 다니던 직원이 2011년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뒤부터 대한전선이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기술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전선은 소송 과정에서 LS전선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고 자체 기술력만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 측은 "미국과 일본 등에는 조인트키트와 관련해 이미 많은 선행 특허가 존재하며, LS전선의 특허는 이 선행 발명을 단순 변경한 것에 불과해 신규성이 결여돼 있다. 또 특허는 특허청 공식 사이트에서 내용이 공개되기 때문에 대한전선이 협력업체 직원을 통해서 해당 기술을 취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9월 1심에서 LS전선의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전선의 제품 판매는 LS전선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보유 중인 해당 제품을 폐기하라"고 명시하면서 LS전선이 청구한 피해 금액 40억원 중 12%에 해당하는 4억9623만원을 대한전선이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LS전선은 배상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대한전선은 특허를 침해한 적이 없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항소했다.
최근 두 회사의 갈등은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고, 대한전선 본사를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전선의 모회사 호반그룹은 LS전선의 모회사 ㈜LS(006260) 지분을 3%가량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호반 측은 지분 매입 이유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분 3%를 확보하면 회계장부 열람권,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 등의 발동이 가능하다. 또 다른 주주와 연대해 주주총회에서 의안을 제안하는 등 경영진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수도 있다.
대한전선 측은 "특허법의 과제해결원리와 작용효과의 동일성 등에 대한 판단 및 손해배상액의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져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대한전선은 설계를 변경한 조인트키트를 수년 전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선고 결과가 영업 및 사업에 주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