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함정의 신조(新造·새로 만듦) 및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사업을 놓고 국내 조선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조선업 협력을 강조해 온 데다, 존 펠런 미 해군장관 후보자도 한화오션(042660)이 인수한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언급하며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으로 유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미 해군 함정의 MRO 사업 규모를 연간 10조원 안팎, 신조선 시장 규모는 연간 약 40조~50조원으로 추정한다.
10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업체 가운데는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진출에 필요한 함정정비협약(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을 체결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7함대의 3만톤(t)급 급유함 MRO 계약 수주에 성공했고, 같은 해 8월에는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수주했다.
올해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미 해군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MRO 계약에 입찰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최대 6척, HD현대중공업은 3척의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밖에도 함정부문 1호 방산업체인 HJ중공업(097230)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MSRA 체결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미군의 해군 MRO 예산은 연간 60억~74억달러(약 9조~11조원) 수준이나, 미국 내 조선소 부족과 설비 노후화 등으로 전함 MRO 지연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해군은 2053년까지 매년 평균 10척의 함정이 퇴역할 예정이라 신규 함정 조달을 위해 2054년까지 연평균 약 300억달러(약 42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미 해군 함정 전체 시장 규모를 2034년까지 약 502조원으로 추정하면서 국내 조선 업계가 수주할 수 있는 규모를 약 21조원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항공모함·탄도미사일 잠수함·공격 잠수함·상륙함·대형 수상전투함의 건조를 외국 조선사에 맡긴 사례가 없다. 이 때문에 한국 조선사는 소형 수상전투함, 군수지원함, 전투보급함의 MRO·신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동호 미래에셋 연구원은 "(신조·MRO 가능 선박을 고려했을 때) 한국 조선사의 유효시장 규모는 약 108조원"이라며 "기존에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해오던 호주와 일본 등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 한국 조선사의 점유율은 19%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일본과 호주 조선사가 미 함정 신조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국 조선사의 수주 금액은 더 커지게 된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MRO 사업은 신조선보다 부가가치가 낮지만, 향후 함정 건조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