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줄줄이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충전 인프라(기반시설) 확대와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비용은 꾸준히 들어가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 부진이 길어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SK일렉링크는 이달 18일부터 급속·완속 충전요금을 11~15% 인상한다. 일반 회원 기준 킬로와트시(㎾h)당 385원이던 급속충전요금은 430원으로, 288원(공용 충전소)·255원(아파트 충전소)인 완속충전요금은 각각 320원·295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용량이 84㎾h인 현대차(005380)의 뉴 아이오닉5를 공용 충전소에서 완속으로 완전 충전했을 때 비용은 2만4192원에서 2만6880원으로 2688원이 오른다. 급속충전기를 쓴다고 가정하면 완충 시 요금은 3만2340원에서 3만6120원으로 3780원가량 늘어난다.

인천국제공항의 전기차 충전소./연합뉴스

SK일렉링크는 충전 요금을 인상해 운영 비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하고,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SK일렉링크는 약 8601기(완속 4441, 급속 4160)의 충전기를 갖고 있는데, 도로공사 고속도로 휴게소와 프로모션 중인 일부 아파트 등에서 운영 중인 충전기 약 2000기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민간 사업자 1위인 스타트업 채비도 이달 20일부터 중속(30㎾)충전요금을 ㎾h당 290원에서 315원으로 약 8.6%, 완속충전요금은 250원에서 275원으로 10% 올린다. 채비의 중속 요금은 2023년 9월, 완속 요금은 2022년 11월 이후 조정된 적이 없다.

충전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초기에 충전기 설치 비용이 들어도 전체 시장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기료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는데, 전기차 이용자의 반발 때문에 충전 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충전 요금이 오르면 내연기관차보다 유지, 관리비가 적게 드는 전기차의 장점이 사라지고 수요 위축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2020년 3만4714기에서, 2022년 19만2948기, 2023년 28만8148에, 작년 39만4132기로 급증했다. 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수를 의미하는 '차충비'는 1.7대 수준이다. SK(034730), 현대차(005380), LG(003550), 한화(000880), GS(078930), LS(006260)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회복되면 충전 인프라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NE리서치는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2020년 6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약 32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약 45%의 성장률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를 보급하고, 충전기는 123만기 이상을 구축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