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올해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6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공기업·금융기업 제외, 100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 올해 자금 사정이 전년보다 악화했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31%로 집계됐다. 호전됐다고 답한 기업(11%)보다 3배 많은 수준이다. 나머지 58%는 비슷하다고 답했다.
자금 사정이 악화한 기업을 업종별로 나눠 보면 건설·토목(50%), 금속(철강 등, 45.5%), 석유화학·제품(33.3%)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글로벌 공급 과잉 영향으로 장기 부진을 겪고 있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됐다.
기업들은 자금 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환율(2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23.0%), 높은 차입 금리(17.7%) 등이 뒤를 이었다.
어려운 자금 사정에도 올해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36%)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1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원자재·부품 매입(39.7%), 설비 투자(21.3%), 차입금 상환(14.3%), 인건비·관리비(14.0%) 순으로 자금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 5곳 중 1곳(20%)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하한 가운데 올해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58%로 우세했다.
기업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점이 평균 1495.8원으로 1500원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적으로 1475~1500원 구간을 예상하는 응답이 28.0%로 가장 많았고 1500~1525원이라고 답한 비중은 24%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