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선사, 중국산 선박에 척당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우리나라 조선·해운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산 선박, 중국 해운사에 대한 수요가 줄면 국내 기업의 일감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는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의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 이용에 고액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 예고한 제재안은 ▲중국 해운사 소속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1회당 최대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각국 해운사에 소속된 중국산 선박이 입항하면 1회당 최대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4일 중국 선주가 중국에서 건조한 배로 미국에 입항할 때 최대 350만 달러를 내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HMM 제공

제재안은 이달 24일 열리는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해운업계에서는 공청회 전까지 협상 가능성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 운송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한데, 관세에 이어 수수료까지 매기면 제품 가격이 올라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항만에 선박이 입항한 건수는 3만6595건이며, 제재 가능성이 있는 건수 비율은 최대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압박으로 한국의 해운·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한영수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약간의 불확실성도 선주사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주사는 향후 한국산 선박의 비중을 높일 유인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조선사들이 이미 수년 치 일감을 쌓아둔 상태이고, 당장 주문하더라도 트럼프 2기 임기 내에 선박 인도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선주사가 일본, 대만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도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중국 해운사 대신 한국 해운사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보통 미국 항만의 입항 비용은 최대 8만 달러(약 1억원)를 넘지 않는데, 100만 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되면 운송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 미주 노선을 운영하는 해운사는 HMM(011200), SM상선으로 HMM의 중국 선박은 전체 82척 중 4척에 불과하다. 중국산 선박은 미주노선에 투입하지 않고 주로 근거리 노선에 이용한다. SM상선은 선박 12척에 용선(대여 선박) 2척 등 총 14척이 있는데, 용선 2척이 중국산이고 이중 1척이 미주노선에 투입된다.

해운업계는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해상 물동량이 줄면 운임이 하락할 수 있는 점이 변수다. 지난달 28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515.29포인트(P)로 작년 7월보다 약 60%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