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임시주주총회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고려아연(010130)의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다만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출은 다음 주총부터 가능하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제1-1호 의안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이 가결됐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은 주주가 지분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든 의결권 행사가 발행주식총수의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룰'의 적용을 받는다.

이날 1-1호 의안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수는 996만9074주였으며, 그 중 출석한 주주의 주식은 901만6432주였다. 본래 고려아연의 발행 주식 가운데 의결권 있는 주식은 영풍 보유 지분을 제외한 1290만1207주였지만, 3%룰의 적용을 받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주식이 314만1926주에 달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901만6432주 가운데 689만6228주가 1-1호 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출석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의 76.4%에 해당된다. 정관 변경을 위한 특별결의 요건(출석 주식의 67% 이상 찬성)을 충족했기 때문에, 1-1호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안이 가결됐다.

이날 임시주총은 오전 9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중복위임장 등이 문제가 되며 오후에나 개회했다. 의결권 지분 29%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은 제한됐다. 최 회장 측이 전날 기습적으로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해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100% 지배하고 있는데, SMC가 영풍 지분 10.33%를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로부터 취득한 것이다.

그 결과 고려아연과 영풍은 서로의 지분을 10% 넘게 갖게 됐다. 영풍은 이미 고려아연 지분 25.42%(발행 주식 수 기준)를 들고 있다. 상법(제369조 제3항)은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경우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1-1호 의안이 가결되며 집중투표제가 도입됐지만, 고려아연이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출하는 건 다음 주총부터 가능하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이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뽑는 게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결권 제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MBK-영풍 측은 이날 주총 결의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전망이며,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가 아닌 단순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을 재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