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위산업 수출액이 95억 달러(13조8320억원·1456원 기준)로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주요 방산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년간 맺었던 수출 계약의 이행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현대로템(064350)·LIG넥스원(079550)·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연간 영업이익 합산 전망치는 2조3013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3년 합산 영업이익 1조3350억원보다 72.3% 늘어난 수치로 2조원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란드군이 운용하는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주요 방산 4사 중에서는 한화에어로의 실적이 가장 눈에 띈다. 한화에어로의 작년 매출은 10조1014억원, 영업이익은 1조34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93%, 94.6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에어로는 2022년 폴란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계약을 맺었고, 같은 해 이집트와도 K9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 물량은 지난해 2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K2 전차를 앞세운 현대로템은 지난해 매출이 2023년 대비 18.43% 증가한 4조2484억원, 영업이익은 116.66% 증가한 4551억원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폴란드와의 1차 계약분 중 K2GF(갭필러·Gap Filler) 56대를 인도했다. 현대로템은 올해 96대를 폴란드에 납품할 예정이라, 올해 실적도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보다 수익성이 좋은 철도 분야에서 수출이 증가한 점도 영업이익 상승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2 흑표의 사격 모습. / 현대로템 제공

한국형 전투기 KF-21과 다목적 전투기 FA-50 등을 생산하는 KAI는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3조6625억원의 매출과 11.28% 증가한 27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국산 기술로 개발한 소형무장헬기 미르온이 육군에 납품됐고, 올해 말부터 폴란드에 인도할 FA-50PL(Poland) 관련 개발 이익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FA-50PL 사업은 개발 사업으로 분류돼 사업 진행률에 따라 매출이 측정된다. FA-50PL에 탑재될 공중 급유 장치 등이 개발 완료된 상태여서 작년 3분기부터 매출로 책정됐다.

피치블랙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 F-15K와 필리핀 공군 FA-50PH가 지난달 31일 호주 다윈기지 상공에서 우정비행을 하고 있다. /KAI 제공

유도 무기 전문업체인 LIG넥스원도 지난해 연간 매출은 29.93% 상승한 2조9995억원, 영업이익은 21% 상승한 2255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LIG넥스원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8조390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LIG넥스원은 이라크에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를 처음으로 8개 포대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는데, 한화에어로 측과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면 올해 실적도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납품을 시작한 방산 물자를 올해 본격적으로 생산하면 올해 실적은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필리핀과 호위함 추가 계약, 폴란드와의 잠수함 계약 관련 논의가 올해 예정돼 있어 올해도 방산 업체의 실적은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