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와 내수 소비 부진으로 택배 업계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요 물류 업체들은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택배 사업의 부진한 실적을 계약 물류(CL·Contract Logistics)와 글로벌 부문이 상쇄한 덕이다. CL은 다른 회사의 공급망을 관리해 주는 업무다. 다만 물류 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민간 소비인 만큼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면 전체 실적이 꺾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000120)은 지난해 매출 12조1950억원, 영업이익 5180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 8% 증가한 수치다. 택배 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2310억원 수준으로 약 6%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부문 이익이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CJ대한통운의 지난해 CL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2조9880억원,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182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사업 부문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 10%가량 증가한 4조4910억원과 850억원으로 예상된다.

한진(002320) 역시 택배 부문 부진에도 지난해 개선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조9800억원 수준으로 직전 연도 대비 6%, 영업이익은 1340억원으로 10%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택배 사업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조412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390억원으로 9%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글로벌 사업과 육운·하역 등 물류 사업이 선방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한진의 지난해 글로벌 사업 매출액은 약 5000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약 37%,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82%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물류 등 사업 부문 매출액은 1조4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고 영업이익은 1140억원 수준으로 31%가량 늘었을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유사한 수준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택배 부문 업황 부진은 동일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다른 사업 부문이 약진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 국내 사업 비중이 큰 물류 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2023년 기준 CJ대한통운의 국내 사업 매출은 전체의 63%를 기록했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각각 전체 매출의 83%, 77%가 국내 사업에서 발생했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물류 수요는 소비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내수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 글로벌 사업 부문을 제외하고는 업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