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스웨덴이 최근 독일제 전차를 구매하기로 했다. 별도의 입찰 공고나 가격·성능 검증 등 경쟁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정돼, NATO 회원국 간 무기를 거래하는 관행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K2 전차를 앞세워 NATO 국가 내 사업 저변을 넓히려던 현대로템(064350)은 경쟁도 해보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KNDS가 생산하는 레오파드(LEOPARD) 2A8 주력전차. / KNDS 홈페이지 캡처
KNDS가 생산하는 레오파드(LEOPARD) 2A8 주력전차. / KNDS 홈페이지 캡처

1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은 지난 9일(현지 시각) KNDS와 레오파르트(Leopard) 2A8 전차 44대를 구매하고 구형 전차 66대를 개조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172억크로나(약 2조2600억원)다. 신형 전차는 오는 2028년부터 2031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KNDS는 독일의 방산 업체 크라우스-마파이 베크만(KMW)과 프랑스 방산 업체 넥스터 시스템즈(Nexter Systems)가 지난 2015년 합병해 설립한 회사다.

스웨덴이 도입하는 레오파르트 2A8은 독일 KMW과 라인메탈(Rheinmetall)이 함께 개발한 레오파르트 2 전차 시리즈의 최신 모델이다. 지난해 유로사토리 2024 방산 전시회에서 대중에 처음 모습을 보였고, 유럽을 포함한 NAT0 국가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NATO는 1949년 조인된 집단안전보장조약인 북대서양조약을 기초로 미국, 캐나다, 유럽 10개국 등 12개국이 참가해 발족시킨 집단방위기구로 현재 32개국이 가입돼 있다. 스웨덴은 마지막으로 NATO에 가입한 신생 회원국이다. 과거부터 군사적 중립 노선을 지켜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사동맹 가입을 선택했다.

NATO에는 록히드마틴·보잉(미국), 에어버스(EU), 레오나르도(이탈리아), 탈레스(프랑스), KMW(독일) 등 유수의 방산업체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회원국 간 무기 거래를 통해 유사시 상호 운용성을 높여 왔다.

스웨덴은 NATO에 가입하기 전에도 지난 1990년대 도입한 구형 레오파르트 계열 전차를 운용해 왔다. 이번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레오파르트를 선택한 배경은 부대 운용의 통일성과 회원국 간 무기 거래 관행을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산 초기 단계인 레오파르트 2A8의 가격은 대당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루마니아 스마르단 사격장에서 진행된 현대로템 K2 전차의 기동 및 사격 시연 영상. / 국방홍보원 유튜브 캡처
지난 5월 루마니아 스마르단 사격장에서 진행된 현대로템 K2 전차의 기동 및 사격 시연 영상. / 국방홍보원 유튜브 캡처

현대로템은 지난 2023년 NATO 회원국인 노르웨이에 K2 전차를 판매하려고 했지만, 레오파르트와 맞붙은 끝에 아쉽게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당시 노르웨이는 두 기종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레오파르트 2A7를 선택했고, 이후 레오파르트 2A8가 공개되자 도입 기종을 변경했다. K2 전차는 현지 시험 평가에서 더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NATO 회원국 간 거래 관행의 벽을 넘지 못했다.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NATO 내 저변을 넓히려고 했던 현대로템은 최근 협상을 진행 중인 폴란드 2차 계약과 루마니아 계약 성사가 더욱 중요해졌다. 폴란드 2차 계약은 성능 개량형 모델인 K2PL(K2 Poland)과 현지 생산 조건이 포함된다. 규모는 1차와 동일한 180대로 알려졌다. 지난해 계약 체결이 목표였으나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루마니아 사업도 올해 중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루마니아는 군 현대화를 위해 300대의 신규 전차를 구매할 예정으로 지난 2023년 11월 미국 에이브람스(Abrams) 전차 54대를 우선 도입했다. 나머지 물량을 두고 K2와 독일 레오파드 2A8이 경쟁 중인데, K2가 성능과 가격과 납기 속도 등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