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북미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 해저케이블 수주 확대가 전망되는 가운데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리(동) 가격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의 미국 해저사업 자회사 LS그린링크는 최근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의 약 1조원 규모 신규 프로젝트 '발윈 5(Balwin 5)'에 대한 수주 통보서(LOA·Letter of Allocation)를 받았다. 본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해저케이블 납품은 2028년부터 이뤄진다.
앞서 구자은 LS 회장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에서 미국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 회장은 "그룹 전체적으로 미국 시장은 기회"라며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도 전선, 전력기기 사업은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은 현재 LS그린링크를 통해 1조원 규모의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S전선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투자 세액 공제를 받아 현지 시장에 진출했고,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 4월 버지니아주에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S그린링크가 테네트사의 발윈 5를 본계약으로 수주할 경우 생산은 미국 공장이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 풍력발전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이번 수주로 이 같은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전선 사업에 호재다. 전선업체는 판매 가격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escalation·물가 변동과 계약 금액을 연동하는 제도)' 조항이 있기 때문에 구리 값이 오르면 수주잔고 가치가 뛰고, 매출이 늘어난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가까워지면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값은 최근 빠르게 오르고 있다. 경쟁 시장인 런던선물거래소(LME)보다 가격이 올라 높은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다.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미국 내 구리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질 것으로 예상해 물량을 미리 사두려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뉴욕 시장에서 구리의 최근월물(프론트먼스·Front-month) 선물 가격은 런던선물거래소보다 톤(t)당 623달러 비싸게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발생한 역대급 구리 파동 기간의 프리미엄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LS일렉트릭의 경우 미국 내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수혜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LS일렉트릭의 북미 시장 수주 금액은 7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2% 증가했고, 2022년과 비교하면 61% 늘었다. LS일렉트릭은 향후 북미 시장에서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매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올해 9월까지 부산 사업장의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텍사스주(州)에 첫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유타주의 MCM엔지니어링을 인수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도 했다. 상장을 추진 중인 미국 내 전선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는 최근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IPO)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