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에서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089590)이 예약 취소, 항공편 운항 감축 등으로 인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특성상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보다 신인도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항공권을 무료 취소해주기로 한 후 환불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동계 항공편 일정의 마지막 날인 3월 29일까지 항공편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3월 말까지 국내외 노선 운항도 약 1878편 감축한다. 국제선 1040편, 국내선 838편을 줄이기로 했다.
제주항공에선 사고일인 지난달 29일부터 그 이튿날 오후 1시까지 6만8000여건의 항공권이 취소됐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엿새간 제주항공을 이용해 출국한 여객 수(4만9839명)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5% 넘게 감소했다.
회사 측이 그 이후 예약 취소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항공권 취소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인터파크투어 등 여행사들도 제주항공 노선이 포함된 여행 상품에 대해 항공권 취소 및 변경 수수료를 면제했다. 하나투어는 10일까지 출발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이용 상품의 항공권, 호텔, 현지 행사 등의 취소 수수료를 전면 면제했다.
일각에선 예약 취소로 선수금이 빠져나가면 매출이 줄고 나아가서는 유동성에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사의 선수금은 고객이 예매한 항공권 값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선수금은 항공권 사용 전까지는 재무제표상 계약부채로 처리되다 사용 후에는 매출로 전환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 선수금은 2606억원으로, 국내 LCC 중 가장 많았다. 상장사 중엔 티웨이항공(091810) 선수금이 1843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그 뒤를 진에어(1753억원), 에어부산(1220억원) 등이 잇는다. 제주항공은 1400억원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업계에선 대형 항공사에 비해 LCC인 제주항공이 정상화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현재 국내 LCC 사업자 수는 9곳에 달한다. 단거리 위주 노선을 운영하는 LCC는 대형 항공사에 비해 소비자가 골라서 탈 수 있는 선택지가 더 많다. LCC는 마일리지 제도 등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 충성도 역시 대형 항공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고객을 붙잡아 둘 유인이 낮은 것이다.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착륙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 사고로 매출 감소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다. 사고 여파로 그해 3분기(7~9월) 아시아나항공 매출액은 1조5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고, 선수금 규모도 2480억원으로 17.8%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분기 매출액은 2014년 1분기까지 줄었다가 2014년 2분기에야 전년 동기 대비 증가(2.7%)로 돌아섰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LCC인 만큼 여행사와의 관계나 신인도 등의 측면에서 FSC에 비해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