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이 친환경 대체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연료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27년 SAF 혼합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단계적으로 도입 노선, 급유 횟수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보다 비싸 비용 절감에 민감한 LCC 사업자들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 사업자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3일 인천에서 출발해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SAF 혼합유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298690)은 1분기 중 국내 출발 일본 노선에 SAF 혼합유를 이용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항공사가 사용하는 SAF 혼합유는 기존 항공유 99%에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옥수수 생산 폐기물 등에서 얻은 SAF를 1% 내외로 혼합한 것이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국내 항공사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국내 출발 일본 노선 중 주 1회에 한해 SAF 혼합유를 쓰고 있다. SAF 혼합유를 처음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가장 거리가 짧은 국제선인 일본 노선부터 시범 적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의 모든 항공편에 SFA 혼합유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인천~하네다 노선에 SAF 혼합유를 쓰고 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020560)도 같은 노선에 적용했다.
LCC 중에선 티웨이항공(091810)이 가장 빨랐다. 지난해 9월부터 인천∼구마모토 노선에 SAF 혼합유를 쓰고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 진에어(272450)가 인천∼기타큐슈 노선에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이스타항공, 제주항공(089590)이 각각 인천∼간사이 노선, 인천∼후쿠오카 노선에서 SAF 혼합유를 쓰고 있다.
SAF는 기존 항공유 가격과 비교해 세 배 정도 비싸다고 한다. 현재 SAF 혼합유는 SAF를 1% 정도 섞기에 기존 항공유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혼합유 안에 SAF 비중이 늘어나면, 연료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연료비는 항공사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독일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KLM그룹 등 유럽 항공사들은 이미 SAF 규제 강화에 항공권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국토부는 LCC들의 비용 증가 부담을 감안해 여러 유인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국제노선 운수권 배분 시 SAF 비용을 운임에 얼마나 반영했느냐를 점수에 반영하기로 했다. 항공사의 공항시설 사용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AF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에게 정부가 별도의 '탄소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방식도 있다.
정유업계에서 SAF 생산 비용을 낮추는 방법도 거론된다. 현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010950)) 등이 SAF 혼합유를 만들고 있는데, SAF 생산을 위해 단독 설비를 갖춘 곳은 없다. 기존 정유 설비에서 SAF 혼합유를 만들고 있다. 자체 설비가 생기면 수율이 더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SAF 생산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해 정유업체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SAF 생산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전용설비 도입에 수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지원책이 있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