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현지 시각)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센트럴 홀의 SK 전시관. SK 관계자로부터 SKC(011790)의 유리기판에 대한 설명을 듣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뜸 웃으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관에 도착하기 전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나고 온 최 회장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000660)가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최대 고객사다. 유리기판은 이른바 ‘꿈의 기판’이라 불리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재로 꼽힌다. 최 회장의 발언은 이날 젠슨 황 CEO와의 미팅에서 HBM 뿐 아니라 유리기판까지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5'에서 SK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SK 제공

최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도착해 SK 전시관부터 참관을 시작했다. 지난 2023년부터 3년째 이어진 CES 방문이다. 그는 젠슨 황 CEO와의 미팅을 소화한 후 당초 알려진 일정보다 10분 정도 늦게 전시관에 들어섰다. 앞서 지난 7일 글로벌 기자 간담회를 가졌던 젠슨 황 CEO는 “최 회장과의 만남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SK 전시관에서 인공지능(AI) 파워오퍼레이터와 액침 냉각, 시큐리티 솔루션, AI 솔루션, AI 메모리 등 반도체 핵심 기술을 꼼꼼히 살펴봤다. 이후 SK텔레콤(017670)이 올해 하반기 북미 시장에서 출시를 준비 중인 AI 비서 ‘에스터’의 영상을 시청했다. 그는 수행을 하던 정석근 SK텔레콤 GPAA 사업부장(부사장)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에스터에 대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20여분 간 SK 전시관을 둘러본 최 회장은 발걸음을 삼성전자(005930) 전시관으로 옮겼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입구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 최 회장은 가정용 AI존과 스마트싱스(SmartThings)존, 모바일존 등을 차례로 돌며 여러 전시 품목을 주의 깊게 둘러봤다.

최태원 SK 회장(가운데)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둘째 날인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을 방문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모바일존에서 한 부회장은 “올해 갤럭시 S25가 오는 22일 출시 행사를 연다”며 “기존 기능보다 훨씬 더 개선된 AI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최 회장이 “또 바꿔야겠네”라며 농담을 건네 주변의 SK, 삼성 관계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최 회장은 스마트오피스존과 AI 홈 전시 제품까지 둘러본 후 20여분에 걸친 삼성전자 전시관 관람을 마쳤다. 재계를 대표하는 ‘AI 전도사’로 꼽히는 그는 2년째 SK에 이어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아 AI가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