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사태로 경기 급랭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6시간 뒤인 4일 새벽 4시 26분쯤 비상계엄은 해제됐다. 국회는 계엄 선언과 국헌문란의 책임을 물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했다. 12월 14일 2차 표결에선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나오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연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국내 경제는 휘청거렸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진이 이어지면서 계엄 4일 만에 시가총액이 100조원 이상 증발했다. 외환시장에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했다. 외국 기업과의 비즈니스 미팅이 줄취소됐고, 기업과 관가의 회식 자제 영향으로 소비 침체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 천장 뚫린 환율… 국내외 경제환경 악화로 불확실성 확대
12월 27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결정과 한국의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이 고환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급등의 원인을 “절반은 정치적 사건 때문에 올랐고, 나머지 절반은 강달러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말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국내 정치 리더십이 손상을 입은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도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수출 절벽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한국 증시, 전쟁 중인 러시아 빼면 글로벌 꼴찌
올해 국내 증시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지난 24일 기준 연중 하락률이 코스피지수는 8%, 코스닥지수는 22%에 달했다. 대만과 일본, 중국 등 주요 아시아 주가지수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한국 주가지수는 전쟁 중인 러시아만 가까스로 제쳤다. 지금의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6개월 연속 하락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6~11월 이후 가장 긴 부진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투자 이민을 선택했다.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450조원)를 넘어섰다.
◇ 배터리 공장에선 화재, 시청역에선 역주행… 사건사고 잇따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리튬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지난 6월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졌다. 불이 난 작업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비상구 문은 피난 방향으로 밀면 열리도록 만들어져 있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반대 방향으로 열리게 돼 있었다. 또 인화성 액체에서 증기가 발생하는 장소에 가스 검지·경보장치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7월에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60대 후반 남성이 운전한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 4차로 도로를 200m쯤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8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운전자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CCTV와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았다. 경찰이 사고기록장치(EDR) 조사한 결과 운전자자는 ‘풀악셀’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 여름은 폭염·열대야, 겨울에는 폭설… 이상기후 기록 줄줄이 경신
올해 한반도는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6~8월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에서는 6월 21일 밤부터 기온이 2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이른 시점에 열대야가 발생한 것이다. 폭우도 이어졌다. 여름철 총강수량 중 78.8%(474.8㎜)가 장마철에 집중됐는데,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또 겨울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으로 지난 11월 27일 오전 7시에 기록된 적설량은 16.5㎝다. 1907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후 117년 만에 11월 중 가장 많은 양의 눈이 쌓인 것이다.
◇ 중국에 밀려 철강·석유화학 등 고전
한국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중국산 철강 가격은 한국산보다 약 20% 저렴하고,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핵심 재료인 에틸렌은 중국이 공장을 대거 증설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로 접어들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국내 철강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수십%씩 줄었고, 석유화학사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이들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 사업재편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정부, R&D 예산 삭감… 스타트업 혁신 동력 저하
지난해 정부가 결정한 33년 만의 대규모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올해 본격화되면서 대학과 정부 연구기관 곳곳에서 연구비가 대부분 10% 이상 줄었다. 그 여파로 일부 연구 과제가 중단됐고, 인력이 유출되면서 연구 공백이 발생했다. 이공계 연구원들은 취업 불안감과 연구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정부 R&D 지원 축소는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에 타격을 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유망 스타트업에 5억~15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 예산이 약 20% 삭감되면서, 유망 스타트업들의 기술 혁신과 성장 가능성이 위축됐다.
◇ 미래 준비 못한 삼성전자 반도체의 시련
삼성전자는 회사의 대들보나 다름없는 반도체(DS) 부문, 특히 핵심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대한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과거 SK하이닉스보다 1년 이상 앞서던 D램 선단 공정에서 추월을 허용했고, 신시장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경쟁사를 추격해야 하는 위치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 아직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은 적자를 내면서 향후 사업의 방향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 풀지 못한 의정 갈등 실타래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지난 1월 정부가 ‘의대생 연간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집단 이탈했고,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제출하며 정부에 맞섰다.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방·필수의료 개혁 정책 패키지도 내놨지만, 현재 모두 동력을 잃은 상태다. 각 지역 필수의료 중추 역할을 하는 주요 대학병원을 비롯한 3차 병원의 경영난과 인력난은 심화했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로 모든 정책이 좌초된 만큼, 의정 갈등은 해를 넘어 이어질 전망된다.
◇ 티메프 사태로 커진 온라인 플랫폼 불신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졌다. 사태 후 이커머스 업계에 폐업이 잇따랐다. 1300K 운영 종료 공지에 이어 알렛츠, 사자마켓도 홈페이지에 서비스 종료 팝업을 띄웠다. 이 사태로 티메프 입점 중소기업·소상공인이 판매 대금을 제때 정산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 티메프 사건의 피해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하고 피해를 본 업체만 4만80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소비자 피해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피해가 특히 컸던 여행업계는 보상에 동참하라는 소비자원의 배상 권고에 대한 불만이 많다.
◇ 인건비 등 건축비 상승에 분양가 1년 새 9000만원 상승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급등했다. 부동산R114와 분양 홍보업체 더 피알(The PR)에 따르면 전국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분양가(1800만원)보다 265만원(14.7%) 상승했다.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9010만원이 상승한 셈이다. 분양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 인건비 상승이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제공하는 전국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9월 기준 130.45로 해당 지수가 제공된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 북 우크라 파병… 러우 전쟁 국제전 비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파병됐다가 희생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12월23일(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서 3000여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수치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북한군들로 보이는 병사들이 엄폐물 없는 허허벌판에서 드론에 추격당하는 영상,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사망자에게서 발견된 위조 신분증 등도 공개됐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병력 부족에 직면해 북한에 파병을 요청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북한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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