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으로 중소 조선사의 실적이 반등하자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27일 HJ중공업(097230)은 2대 주주인 필리핀 은행 리잘 커머셜 뱅킹 코퍼레이션(RIZAL COMMERCIAL BANKING CORPORATION·이하 필리핀 은행)의 지분율이 기존 5.11%에서 2.75%로 떨어졌다고 공시했다. 필리핀 은행은 지난 7월에 이어 이번 매도로 약 14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2000원대에서 움직이던 HJ중공업 주가가 최근 6000원대로 반등했다.
HJ중공업 전신인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기지인 수빅조선소의 부실이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이어지면서 2016년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갔다. 필리핀은행은 수빅조선소와 관련 채권을 출자전환하면서 취득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9년 출자 전환 당시 필리핀은행은 주당 1만원에 710만129주를 받았다. 금액으로는 710억원 정도였다. 출자 전환 당시 보유 규모와 비교하면 20% 정도를 회수한 것인데, 손실 구간임에도 빠른 현금화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은 2021년 동부건설(005960), 한국토지신탁(034830) 컨소시엄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지분율 66.85%)에 넘어갔고, HJ중공업으로 변신했다. 이후 컨테이너선 수주가 꾸준히 들어오면서 올해 3분기에는 3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케이조선은 지난 20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측 인사로 경영진을 교체했다. 그간 공동 주주로 경영을 도맡았던 KHI그룹이 물러나고, 재무적투자자로 합류했던 유암코가 이끌기로 했다. 사실상 최대주주인 유암코는 케이조선 기업가치를 키운 뒤 빠르면 2년 뒤에 재매각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때 KHI 지분도 함께 파는 구조로 합의했다.
케이조선은 2001년 STX(011810)가 인수해 STX조선, STX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바꿨다가 2013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2018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고강도 자구 계획을 전제로 조건부 경영 정상화 약정을 체결했다. 2021년 KHI컨소시엄에 매각되며 케이조선으로 변신했고,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45억원, 당기순이익 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KHI그룹이 관리하는 다른 중소 조선소 대한조선은 기업공개(IPO)로 자금 회수 전략을 세웠다.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신영증권(001720)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최대주주인 KHI그룹(95%) 지분율이 높아 구주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 관리하에 있던 대한조선은 2022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전략적 투자자인 KHI그룹이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했다. 이후 올해 11월 한투PE는 내부수익률(IRR) 25% 수준에서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영업이익 359억원, 당기순익 3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