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장악하고 있는 북미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SK(034730)그룹은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고 현대차(005380)그룹은 다른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 E&S가 인수한 미국 전기차 충전 자회사인 에버차지는 캘리포니아, 오클라호마주(州) 등에서 충전 인프라(기반시설)를 구축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지난 2022년 미국 투자회사 패스키를 통해 에버차지를 인수했다. 패스키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아들들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들어 에버차지는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양한 지역 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메타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일대에 충전 설비를 공급했고, 9월에는 미국 최대 전력회사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와 오클라호마주 충전 설비 공급 등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앞서 에버차지는 3월 메이저리그(MLB) 구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도 손을 잡았다. 에버차지는 연말까지 자이언츠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 수백대의 전기차 충전 설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에버차지를 이끄는 강태호 SK그룹 부사장(패스키 전기차 충전 담당)은 지난달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도 충전 인프라 확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북미 전기차 충전 시장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 설비 가운데 테슬라 고속 충전기 슈퍼차저가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규격 NACS를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테슬라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등 다른 완성차 업체와 아이오나(IONNA)라는 합작사를 세우고 미국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테슬라 슈퍼차저와 같은 고속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선두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아이오나는 국내외에서 이른바 ‘반(反)테슬라’ 연합으로 불리기도 한다.
완성차나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충전 인프라 확충은 전기차 판매 촉진뿐 아니라 정보 수집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전기차 사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충전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충전 업체는 차량 운행 정보, 충전 패턴과 같은 사용자 관련 데이터는 물론 배터리에 대한 기술적인 특성도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도요타가 아이오나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테슬라에 대응하는 전선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시장 경쟁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아이오나는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최소 3만개의 전기차 충전 설비를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노스캐롤라니아주에 첫 번째 충전소를 짓고 있다.